[기획연재소설] 라스베가스별곡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정신 집중은 잘 안되었지만 세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반년이 넘는 긴 시간을 서로가 감각의 안테나를 세우며 상대의 필요를 감지하도록 한 훈련을 치른 덕에 많은 군중과 그들이 일으키는 소란 따위는 장애가 되질 못했다. 그들의 집중력은  카지노 테이블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손가락 하나를 테이블 바닥에 톡톡 건드리면 자신의 생각으로는 플레이라는 신호이고 손가락 두개를 치면 뱅커라는 신호로 약속했다.두 사람의 사인이 틀리면 벳을 각자 다르게 하되 금액은 같이 하도록 하게 했고, 두 사람의 사인이 같을 때, 그리고 서 박사의 생각도 같을 때에는 셋 모두 같은 베팅 서클라인에 칩을 넣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째 앉은지 30분도 안되어 상철이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10분쯤 후 김민종과 서 박사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민종의 표정은 득의만만해 보였다.

“좀 이상하네요. 이렇게 일찍 일어서니까….”

“캡 김의 명령이니  따르도록 해야지.”

약간 섭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민종의 말에 서 박사는 다독거리듯  말했다.

“아마 우리는 이런 훈련을 한동안 해야될 거야.”

김민종은 마운틴 찰스톤으로 이사한 첫날 캡 김이 대원들에게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이제 앞으로 이곳에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훈련을 쌓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자정이 넘어 1시가 가까워 오고 라스베가스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인 분수쇼가 없는 시간인데도 스트립에는 아직도 사람이 제법 붐볐다.

바깥 공기는 상큼했다.
온갖 쇼를 알리는 전광판 빌보드는 쉴새 없이 돌아가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밤공기의 상큼함도 빌보드 전광판의 쇼 광고도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캡 김을 제외한 셋은 바쁜 걸음으로 걸어 길을 건넜다.

마치 용무가 급한 회사원들의 발걸음처럼 보였다. 캡 김은 그런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서 박사는 캡 김의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며 멀리 앞질러 가는 김민종과 전상철을 보며 걸음을 재촉하는 표정으로 캡 김을 바라보았다.

캡 김은 여유스럽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는 김민종과 전상철이 빨리 걸어오라는 듯한 표정으로 카지노 정문 앞에 서 있다가 캡 김이 당도하자 둘씩 둘씩 짝을 지은 모습으로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이 호텔은 라스베가스 호텔 중에서 알부자로 알려진 호텔로서 딜러들 중에는 유명가수를 닮은 딜러들이 있어 카지노안 가운데쯤에서 약간 구석진 곳에 위치한 스테이지에서 진짜 가수 뺨치게 노래를 불러대곤해 돈을 따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 시키고, 잃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위안을 주는 역할을 잘 해내기도 했다. 그 중 마이클 잭슨 흉내는 단연 압권이다. 뿐만 아니라 2층의 극장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꼭 닮은 가수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실제 공연 뺨치게 노래를 하고 있었다. 이 공연은 돈을 주고 입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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