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소설] 라스베가스 별곡

9월말 쯤 이사하기로 한 집은 마을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변두리의 허름한 2층 하우스로 한적하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그 곳에서 라스베가스 스트립까지는 약 40분에서 50분 정도가 걸렸다. 9월 하순의 마운틴 찰스톤은 한국의 단풍이 한창 피듯 물들어가는 강원도의 어느 산골같았다.

아스팔트 도로 가의 노란 잎과 꽃은 가을의 향취를 한층 더해주었고 여기 저기서 핀 이름 모를 가을 꽃들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꿀벌들이 겨우내 식량을 비축하기 위한 꿀 채취로 꽃 송이마다 꿀벌들이 꿀을 빨며 이꽃 저꽃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스키장 입구의 산들은 우뚝 솟은 웅장한 바위 산과  한국의 가을 정취 같은 은행나무 가로수들처럼 노랗게 물들인 나무들이 군데 군데 잎을 떨구고 있는 나무 속에서 더 한층 가을의 햇빛을 빨아 들이고 있었다.

서 박사는 모처럼 가을 정취에 취해 헤르만 헷세의 ‘낙엽’ 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꽃마다 열매가 되려고 하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하나니
변화하고 없어 지는 것 말고는 달리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여름까지도
가을이 오자 조락을 느끼게 하매
나뭇잎이여, 바람이 너를 유혹 하거든
끈기 있게 가만히 달려 있거라

네 유희를 계속하며 거역치 말고
가만히 그대로 내버려 둘지니
바람이 너를 떨어뜨려서
집으로 불어 가게 하여라 

미라지 호텔은 언제나 사람의 물결이었다. 실내에 심어놓은 열대수림의 상큼함은 언제나 여전했고,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세계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은 식물원, 대형수족관 앞을 비롯한 여기저기에 몰려서서 사진찍기에 바빴다.

칵테일 바에서 가까운 바카라 코너에 김민종과 서 박사, 그리고 두 사람 건너에 전상철이 자리하고 앉았고 캡 김은 바에서 맥주를 병채로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약간 떨어진 곳의 블랙잭 코너에서는 제니퍼가 딜러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민종과 전상철은 서 박사의 손가락 사인을 계속 힐끗 거리며 베팅을 하고 있었다. 칩이 조금 많아 보일 때에는 둘의 사인이 달라 둘은 반대의 베팅을 하는 경우였다. 한쪽은 잃지만 한쪽은 따게 되어 있으니 뱅크가 이겼을 경우에나 베팅금액의 5%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어 칩을 많이 베팅해도  뱅커가 윈을 했을 경우 5%의 수수료 지급 외는 손해가 별로 없다. 그러다가 이따금 세 사람의 손가락 사인이 같을 때에는 셋 혹은 둘이 같은 베팅 서클 라인에 칩을 넣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