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남성

“내가 왜 그랬는지…. 저는 정말 나쁜 여잔가 봐요.”

최근에 채팅으로 인한 문제로 상담을 하는 분이 부쩍 많아졌다. 채팅에 빠져 가정이 깨질 뻔한 위기에 놓였던 30대 후반 여성은 남편과 아이들은 용서했지만 도저히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우울증으로 상담을 온 것이다.

채팅의 피해는 부부간의 치유되기 힘든 상처가 됨은 물론이고 가출, 이혼 또는 자살과 같이 한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경우도 흔치 않다. 채팅에 쉽게 빠지게 되는 원인은 보편적으로 부부간의 갈등이나 허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데 있다. 또한 여성에게는 남성 중심의 성문화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이 심리적으로 더욱 큰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중독되기 쉬운 인터넷의 속성에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匿名性)’이란 속성은 쉽게 채팅을 타락으로 만들 수 있다. 익명성으로 인해 남성은 ‘자극 추구’와 ‘즉각 만족’이라는 본능 위주의 유아기적 심리상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여성과의 대화를 본능 충족을 위한 전(前) 단계쯤으로 생각하게 되기 쉽다.

여성의 경우에는 남편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하다보면 비현실적인 신뢰나 친밀감이 형성된다. 이런 경험이 오래 지속되고, 호기심이든 유혹이든 어떤 이유에서건 남성을 만났을 경우 이성적인 마음과 경계심은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고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에는 참 좋은 도구이다. 문제는 현실판단력을 잃게 하는, 마치 중독과도 같은 상태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독이란 자연적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채팅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밝혀 치유한다면 행복한 가정을 되찾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김진세 / 한국 성과학연구소·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02-859-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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