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남성

섹스가 남녀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 술은 동성애적인 이미지가 있다. 술이 캐주얼하다면 섹스는 오로지이다. 여럿이 어울려 마시면 분위기 좋다고 하지만 여럿이 관계를 한다면 변태라고 한다. 물론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섹스가 풀어낼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도 좋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웃으며 노래부르는 술자리가 편안해서 더 레저스럽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만으로 중독의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은 매력적이다. 11월 셋째 목요일부터 마실 수 있는 프랑스 와인’보졸레 누보’에는 싱싱함이 담겨있다. 붉은 색 순결함은 새색시의 볼처럼 보는 사람을 흥분시킨다. 소주의 톡 쏘는 맛은 그냥 ‘카’라는 소리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고뇌, 기쁨, 털어버림, 후회, 분노 등 천만가지의 감정을 품고 있다. 막걸리의 탁한 빛이나 향은 사이다를 타서 몰래 먹던 어린 시절이나 철 모르고 까불던 대학입학 시절과 같은 옛 추억으로 인도하는 마법을 부린다.

알코올은 성적 흥분을 고취시킨다. 불안을 급격히 감소시켜 자신 없던 남성을 힘차게 만든다. 어떤 수위를 넘으면 감각마저 둔화시켜 서 있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평소 숫기 없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고, 말이 없던 사람을 수다쟁이로 만드는 것도 알코올의 힘이다. 양이 늘수록 알코올은 대뇌피질에서 점차 깊은 곳까지 내려와 도덕과 절제라는 억압적 기능마저 마비시킨다. 순간 인간은 가장 추하지만 어쩌면 가장 순수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술 잘 먹는 친구는 예쁜 여자와 같다고 했다. 예쁜 여자가 무릇 남성들의 시선과 유혹을 받듯 술 잘 하는 친구는 인기만점이다. 물론 예쁜 여자가 잠자리도 잘 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쉽게 사로잡히듯, 술 잘 하는 친구는 일도 잘 하는 줄 안다. 하지만 술을 절제할 줄 모르고 술에 잡아먹히는 사람이라면 그저 화장발 센 접대부일 뿐이다. 사랑을 하듯 마시면 술은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잇는 좋은 레저가 될 수 있다. 너무 뜨겁게 빠져서 일생을 망치거나, 너무 멀리해서 도망가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 술이다.

김진세 / 한국성과학연구소·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 김진세(02-859-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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