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꿈꾸게 한 영화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면서 “큰 돈 들여 떠나는 것, 여행기라도 남겨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머리카락을 하얗게 세게하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그날그날의 여정과 사진을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올려 놓는 준비성이 있어야 나중에 책을 쓰든 뭐든 할텐데.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못보내는 주제에 디지털 카메라 촬영은 어찌하며, 블로그에 자료는 어찌 올리겠나. 허기야 자동차를 렌트하여 주렁주렁 자식까지 태우고 미국 대륙을 횡단했다는 아줌마가 있질 않나, 별의별 여행기가 다 나와 있는 마당에 무얼 더 보탠다는게 공해일 따름이지. 고작 한 두 달 여행 후, 그 나라를 다 보고 다 안 것마냥 책을 낸다는 것만큼 오만방자한 짓도 없을 것이다. 

결국 “평생의 꿈이었던 미국 대륙 여행이니 6개월은 필요하지 않겠어?”라고 기세좋게 시작했던 나의 여행 계획은 이런저런 핑계로 오그라들어 6주로 낙찰되었다. 이나마도 실천을 못할까봐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미국 간다고 떠들어댔다. 덕분에 날마다 환송회다. 이민이나 유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참 남새스럽지만, 이런 대접을 생각해서라도 미국 공항에 발을 디뎌보기는 해야할 것같다.

짧은 여행으로 미국을 얼마나 알 수 있으며, 영화로 본 미국의 이미지를 얼마나 확인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안가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일단 떠나보련다. 대학 졸업 후의 유럽 배낭 여행이 심기일전의 기회가 되었듯, 중년의 미국 여행이 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내년까지는 제 2의 인생 출발을 앞둔 세계 일주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미국 여행은 나만을 위한 투자 여행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디 알렌과 마틴 스콜시지의 뉴욕, <8월의 고래 Whales of August>의 메인 주 바닷가, <나이아가라 Niagara>의 나이아가라 폭포, <사이드 웨이 Side Way>의 나파밸리,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의 살리나스 등 얼마나 많은 영화를 언급해야 미국 지도가 그려질까.  

▲모뉴멘트 벨리
국립공원이 많은 서부에서 단 한 곳만 택하라면 모뉴멘트 밸리를 가겠다. 존 포드의 서부극을 통해 유명해진 이 곳은 서부극의 왕 팬인 내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수색자> 외에도 모뉴멘트 벨리를 꿈꾸게 한 영화로 크쥐쉬토프 자누시의 1984년 작 <태양의 해 A Year of the Sun>와 후나하시 아츠시의 2005년 작 <빅 리버 Big River>를 빼놓을 수 없다.

▲몬트레이 해안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자 배우이며, 이상적인 이성상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보고 몬트레이 해안을 꿈 꾸었다. 인기 스타에게 집착하는 팬의 광기를 그린 서스펜스물이지만 몬트레이 해안 풍광, 로버타 플렉이 노래한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극 중 이블린이 늘 신청하던 ‘Misty’ 등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봉직했던 카멜 시티도 물론 꼭 가봐야지. 

옥선희 / 영화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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