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체 네트워크 구축 부터

70만원대 인천-LA노선 문의 전화 ‘나 몰라라’
김윤수 기자

글렌데일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며칠 전 대한항공의 인천- LA 구간 항공권을 70만원대에 세일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대한항공 북미주 대표전화(1-800-438-5000)로 폰키를 눌렀다.

때마침 한국에 사는 언니가 방학을 맞아 두 조카를 데리고 LA를 방문할 계획이어서 언니가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겠다는 반가운 마음에 세일 항공권에 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어두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대한항공 직원은 인천 – LA 구간의 70만원대 항공권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니 한국으로 전화를 해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
아울러 LA시간으로 오후 7시 이후에는 대한항공의 미주 지역 대표전화가 한국 대한항공의 안내전화로 자동 연결되니 그 시간에 다시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친절한(?) 안내가 전부였다. 대한항공에서 내놓은 항공권 세일 정보를 고객안내센터 직원이 모를 수 있나 싶어 어이가 없었던 이씨는 몇마디 더 하려다 전화를 끊고 말았다.

대한항공은 지난주 이른바 ‘드림라이너’라 불리는 차세대 항공기 B-787을 들여오는 기념으로 오는 31일까지 인천을 출발, 미국 LA와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 그리고 유럽의 빈 취리히 암스테르담 브리즈번 등으로 가는 8개 노선의 항공권을 한화로 78만 7,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78만 7,000원이라는 숫자는B-787에서 딴 것이다. 이 행사는 이미 한국 대한항공에서 홈페이지의 팝업으로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주 지역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깜깜 무소식인 셈이다. 그룹 회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다른 곳도 아닌 미국 시애틀 보잉 본사에서 대대적인 B-787 소개행사를 치르기까지 했던 대한항공 미주본부 아니었던가.

아무리 규모가 작은 회사라도 지구촌 오지의 지사에 본사의 방침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이다. 한국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회사의 방침인데다 관련 행사를 미국에서 치른 마당인데도 직원들은 나몰라라하는 태도로 갸우뚱거린다면 글로벌 항공사라는 구호는 참으로 맹랑한 표현이 되고 만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B-787기를 들여오면서 고품질,고효율의 최신 항공기를 도입,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가 되겠다는 거창한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고객에게 작은 정보조차 챙겨주지 못하면서 요란한 글로벌 비전이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싶다.

꿈의 항공기를 도입한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한국 본사와 미주본부 간의 인트라 네트워크나 내부 커뮤니케이션 체제부터 업그레이드하는 게 우선 아닐까.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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