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아쉬웠던 올림픽 야구예선

변화무쌍한 야구의 승부는 신(神)도 모르고, 감독의 작전에 관해서는 지나가는 거지도 한마디 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처럼 비슷한 전력을 보유한 국가대표팀들의 단기전일 경우에는 선수들이 받는 중압감은 예상외로 크다.

지난 2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일본전은 사실상 1위 싸움을 결정 짓는 경기. 중계를 위해 일찌감치 야구장에 도착한 필자는 호시노 일본 감독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잔뜩 긴장한 그는 한국팀의 선발을 우완 류재국 투수로 예상했고 “그래도 한국이 강해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면서도 전날 대만전에 류현진, 박찬호가 등판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어허 이거 재미있겠구나’ 싶었다. 이미 우리 선발투수가 좌완 전병호라는 걸 알고 있었던 나는 일본도 그동안 연막을 피워왔던 우완 다르비슈가 아닌 좌완 나루세란 걸 알고 거기에 맞춰 타순을 짜놓았다는 김경문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더욱 흥미로운 한판 승부였다.

아직도 언급되고 있는 그 사건은 경기 개시 1시간 전쯤 선동열 수석코치가 예비 오더를 제출하려는 KBO 직원에게 계획했던 대로 하라고 다시 한 번 일러주는 것을 듣고, ‘아 두 장의 오더가 있구나’란 걸 알았었다.

일본이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시비를 걸었던 두 차례 오더교환 내용이 달랐던 점은 상대를 당황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대회 규정에 위반되지 않았고 일본이 어떤 투수를 내보낼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1%의 오류도 범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결국 대표팀은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4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베이징올림픽 티켓 도전은 내년 3월 플레이오프전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국민타자 이승엽 구대성 서재응 김병현 등이 수술과 개인적인 일로 불참했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됐고, 특급 마무리투수 오승환마저 대만에 도착한 후 팔꿈치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결정적인 순간에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과 유인구 등에 삼진이나 범타로 끝난 장면은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는 일본에 비해 고작 우리는 55개팀뿐이고, 프로야구도 12팀이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불과 8개팀이다. 게다가 현대유니콘스가 표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계속해서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선수 보완 문제는 다시 검토되겠지만 이종욱 고영민 등 야수들의 세대교체 성공과 류현진 한기주 장원삼 권혁 정대현 등 젊은 투수들의 활약에서 올림픽 진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경기였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