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준의 크로스오버]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진대제 대표

진대제라는 이름 석자는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의 상징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IT기업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를 거쳐 한국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3년 1개월 동안 역임한 뒤 경기도지사 선거에도 나섰고, 한때 대선 후보 물망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그는 세계최초로 16메가 D램을 개발, 한국 반도체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테크노 엘리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이 IT 산업으로 성장동력을 삼아 세계경제에서 13위의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서 공헌도를 따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그 진대제씨가 지난 주말 LA를 다녀갔다. 애너하임에 위치한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5~6일 이틀간 열린 IT 그리스천 미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과 특강을 맡아 남가주에 오게된 진 전장관은 6일 오전 숙소인 놀웍 매리엇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조찬을 겸한 인터뷰를 갖고 한인동포들에게 근황을 알렸다.

워낙 빡빡한 일정이어서 LA 코리아타운조차 들르지 못한 채 70여분 동안의 대담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7일 새벽 항공편을 이용,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갔다.


▲ 글로벌기업 삼성전자 CEO와 정보통신부 최장수 장관을 거쳐 벤처캐피탈 기업 대표로
변신한 진대제씨가 헤럴드경제 황덕준 대표와 6일 대담하고 있다.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열린 IT 크리스천 미션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진 전장관은 한인사회의 젊은 세대들에게
“세계 최고가 되려는 노력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윤수 기자

ⓒ2008 Koreaheraldbiz.com

연중 100일이 넘는 해외출장을 사반세기 동안 치러와 인이 박힌 터인지 ’1박3일’짜리 LA 방문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활력넘치는 얼굴로 두 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최근 한국에서 ‘진대제 펀드’로 주목받는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SkyLake Incuvest) 대표이사’가 그 하나였고, 내년 8월부터 10월까지 80일 동안 열리는 ’2009인천 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장’ 직책이 박힌 게 그 두번째였다. 게다가 정보통신대학(ICU) 석좌교수로서 IT 최고경영자과정을 이끌며 많은 중소기업 임직원들과 대화하며 경험과 비전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정통부 장관을 그만 둔 뒤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 한나라당 후보였던 현 김문수 지사에게 져 낙선한 이후 뜸한 듯했던 진 전장관의 행보는 그렇듯 여전히 멈추지 않는 진행형인 셈이다.어쨌거나 세계적인 기업의 CEO와 한 나라의 장관을 지낸 이가 벤처캐피탈회사 사장이라니 다소 의외다.

“장관 재직 시절부터 생각하고 준비했던 일입니다. 대학 총장직 제안도 있었고,빌리언달러 규모의 펀드를 움직이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의 최고위직 제의도 받았지만 명분이나 돈 보다 뭔가 해낼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가 있는 일을 하려고 시작했지요. 공직에 있는 동안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캐피탈 기능이 모자라다는 현실이 안타까왔습니다. 정부가 벤처 창업지원같은 걸 하지만 잘 되건 안 되건 두루 밀어주는 것보다 될만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길을 고민했습니다. 시장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해서 키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이 한국은 크게 부족합니다. 민간에서 펀드를 만들어 그 일을 해보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펀드자본주의로 가고 있잖습니까.”

진 전장관은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떨어진 직후인 2006년 8월 머리를 식히려 10여명의 친지들과 11시간 동안 트레킹을 해서 백두산 천지에 갔다. 민족의 발상지라는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천지(天池)’를 뜻하는 영어 스카이레이크(Skylake)와 육성(Incubation), 투자(invest)를 합성, 회사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자본금 30억원으로 2006년 10월 설립한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Skylake Incuvest & Co.·이하 SIC)는 316억원 규모의 1호 펀드에 이어 10여개월만에 1061억원 규모의 2호펀드까지 무난하게 조성됐다.

말이 쉽지 펀드 조성이란 게 남의 돈 끄집어내러 다니는 발품 작업이다. 성공가도를 달리며 손 벌릴 일 없던 진 전장관이 펀드확보 과정에 정서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1호 펀드는 두어달만에 300억을 모았으니 빨랐지요. 재벌들 보다는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재력가들을 찾아다녔는데 벤처캐피탈을 한다니까 다들 잘 내더군요. 제가 잘 아는 분야이고 자신감도 보였으니까요. 어떤 분들을 사업설명도 듣지 않고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하면서 몇십억씩 꺼내주기도 하더군요. 일반펀드 성격으로 조성한 2호가 차라리 더 어려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투자금 모으기 쉽지 않은데 용케 몇달만에 1천억이 넘었지요. 다들 기록적인 펀드레이징이라고 하더군요.”

현재까지 1000억원 규모가 SIC의 16개 포트폴리오에 골고루 투입돼 있다. 투자대상 기업은 대부분 IT계통의 중소기업이지만 청담어학원 등을 운영하는 CDI홀딩스와 온라인 영어교육을 수익모델로 갖고 있는 이루션코리아같은 교육분야 회사에도 총 180억 가량이 투자됐다.

” IT분야에 초기 투자가 집중되긴 했지만 이러닝(E-Learning)도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중시합니다. 특정 아이템에 한정되는 캐피탈이라기 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가치있는 사업들이 투자대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통산업 가운데서도 기술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투자합니다. 최근 펀드 매니저 두명을 새로 고용했는데 이 사람들은 에너지라든가 심지어 부동산 관련 분야에도 투자할 태세예요. 해보라고 그랬습니다. 저도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SIC는 북가주 샌호세에 미주법인을 두고 미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벤처에 뛰어든 미주지역 한인들에게도 ‘진대제 펀드’의 지갑은 활짝 열려 있다고 곁에 있던 스티븐 리 SIC 미주법인장이 거들었다.

인생은 매 순간 결정의 연속이다. 헤아릴 수 없는 결심과 결단의 매듭이 엮이면서 한 사람의 이력은 성공과 실패라는 성적표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대기업의 CEO로서, 한 정부의 각료로서 내리는 업무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의 결과 뿐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변신의 과정에서야말로 그 결정의 여파는 자신의 행로 뿐 아니라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진 전장관의 경우에야 말할 나위가 없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게 정상을 달리는 사람들이 내려긋는 결정이라는 굵은 획의 요소와 기준일 터이다.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인가, 그것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보람이 있는가 등이지요. 최종 판단은 그 세가지 요소가 좌우합니다.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간 것도 일본을 물리치고 반도체 한번 일으켜보자는 마음이었고, 다들 메모리쪽에 집중할 때도 비메모리쪽으로 가서 매달린 것도 그런 겁니다.”

2000년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 됐을 때 주변에선 ‘삼성 사장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가전분야를 갔으니 큰 코 다치겠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일본 소니와 정면승부를 선언, 노트북 시장 공략에 이어 대형 디지털TV로 세계가전업계의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소니를 무너뜨리고 오늘날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성취와 보람이라는 결단요소를 바탕으로 밀어붙인 추진력이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깨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끌어낸 셈이다.

그는 기업 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를 Communicate, Envisioning,Organize로 정의한다.

“생각한 바를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비전을 설정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면서 조직을 구성, 체계화하는 일이 CEO의 역할이라는 뜻이지요.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큰 조직에서는 특히 뭐가 가장 중요한지 맥을 잡아서 거기에 인력과 인프라를 투입하는 리소스 얼로케이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데 업무의 크고 작음과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대소완급 조절이 CEO에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특정 시점에서 어떤 일이 보다 중요한 지를 판단하는 건 CEO의 본능적인 육감에 달려있다는 말도 덧붙인다.그건 잘 굴러가는 중에도 뭔가 안될 조짐을 발견해내는 일과 통한다. 지금 안되는 조짐은 2~3년 뒤에도 안될 터이니 미리 대비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위기관리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같은 CEO의 능력과 역량, 육감은 결국 엇비슷한 위치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킹하는 과정에서 훈련될 겁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그런 이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배우는 게 CEO의 육감을 키우는 데 가장 좋지요”

‘진대제와 함께하는 최고경영자과정’에 정성을 기울이고 1년이면 수백차례에 이르는 각종 강연에 참석하면서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에게 일종의 ‘멘토’로 상징화되고 있는 그의 소통과 교류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만하다.       

지난 1월 샌디에고에서 일주일 가량 머무르면서 한인 2세들과 유학생들과 수많은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진 전장관은 “꿈을 갖고 전문성을 살려 세계 최고가 되기위한 노력을 하라는 말을 들려줬다”라며 “작은 파이를 나눠먹으려는 생각보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겠다는 창의적인 열정이야말로 차세대 리더들의 덕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황덕준(본지 발행인겸 편집인)· 정리/염승은 기자 ·사진/김윤수기자 

□진대제씨 약력

▲1952년 경남 의령 출생 ▲경북중-경기고-서울대(전자공학)-매사추세츠주립대(석사)-스탠포드대학원(박사)▲휴렛패커드·IBM 연구원(1981~1985)▲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연구원(1985~1987) ▲삼성전자 연구위원(이사·1987~1992)▲ 삼성전자 메모리본부 상무(1992~1993)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본부장(전무·1993~1995)▲삼성전자 부사장(1996)▲삼성전자 시스템LSI대표이사 부사장(1997~1999)▲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시스템 LSI대표이사(1999)▲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 사장(2000)▲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2000~2003)▲대한민국 제9대 정보통신부 장관(2003~2006)▲한국정보통신대(ICU) 석좌교수(2006~현재)▲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사장(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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