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쌍두마차’조직력의 승리’

 WBC 결산  ①  국가대항전 대세는 한국과 일본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아시아의 쌍두마차 한국과 일본의 야구가 단기전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만천하에 보여준 무대였다.

철저한 준비와 상대팀에 대한 치밀한 분석, 견고한 수비와 빈틈없는 계투작전 등 한일 양국은 단기전에서 승리의 필수 공식처럼 불리는 각종 요소를 그대로 실천하고 미국,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진한 강국을 잇달아 꺾었다.오로지 투수와 타자의 힘에만 의지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더는 통용될 수 없고 벤치의 작전과 선수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국과 일본이 구사하는 조직력의 야구가 대세임이 작년 베이징올림픽과 올해 WBC에서 재차 입증된 셈이다.


치밀한 분석·철저한 준비·견고한 수비 V 견인


한국과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강한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가 야구 강국의 선수들과 전혀 다르다. 참가 16개국 선수들이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WBC에서 각자 애국심을 선보였지만 정작 애국심이 승리로 이어지려면 남다른 응집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똘똘 뭉치는 집중력은 미국과 중남미 강호를 압도했다.
 
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주축을 이루는 메이저리거들이 WBC를 정규 시즌을 앞둔 ‘시범경기’정도로 여겼지만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시즌 준비 작업이면서 국가 대항전이라는 더 큰 타이틀에 집중했고 정신력에서 상대팀을 압도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준결승에서 각각 실책 3개와 5개를 저지르며 일본과 한국에 결승 티켓을 내줬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 대신 이들은 다치지 않는 데만 열을 올렸고 결국 경기력 저하로 연결됐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부족했다.
 
둘째 한국과 일본은 단기전에서는 강력한 마운드가 승리의 보증수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하라 다쓰노리 일본 감독은 투수 13명을 선발 10명과 구원 3명으로 짰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는 투수의 보직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적재적소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선수들로 마운드를 구성했고 일본은 팀 방어율 1.71의 우수한 성적으로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의 불펜진은 일본보다 선수층이 얇았으나 팀 방어율 3.00으로 견고함을 자랑했다. 맞춤형 선발과 리드를 잡았을 때 차례로 쏟아붓는 필승 계투 전략은 일본을 2번이나 물리치고 멕시코,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리는데 밑바탕이 됐다.
 
메이저리거들은 스프링캠프 기간임을 고려, 페이스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변명에 불과했다.
 
셋째 면밀한 분석을 통한 ‘현미경 야구’로 한국과 일본은 주류 대열에 합류했다. 아마추어 최강 쿠바는 일본에 두 번이나 패하고 1951년 이후 58년간 이어오던 국제대회 연속 결승 진출 기록을 ’40′에서 마감했다. 쿠바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에 두 차례나 무릎을 꿇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WBC에서 성과를 얻고자 전력 분석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상대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들춰냈고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라이벌에 대한 데이터를 알고 나서는 것과 전혀 모르고 뛰는 것의 차이는 명백했다. 물샐틈없는 수비 또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적인 강점이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작업으로 강력한 마운드와 수비는 ‘바늘과 실’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기 전 한국과 일본의 수비 훈련 때 미국 언론은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듬을 타고 물 흐르듯 유연하게 움직이고 진지하게 훈련하는 양국의 훈련 태도를 메이저리거들이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한국은 초대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준우승이라는 진일보한 성적을 남겼다.
 
최대 라이벌답게 한국과 일본은 WBC에서 다섯 차례 명승부를 통해 상업화와 약물로 찌든 야구가 여전히 아름다운 오락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진지함에서 출발한 양국의 단기전 승리 철학이 세계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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