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승의 기자수첩] 상처 뿐인 한인회 새살 돋아나길

LA한인회는 전 지구촌의 750만 한국 이민자 대표
책임감 직시… 새롭게 바뀌는 계기 마련해야


 ▲ 최한승 기자
 ⓒ2006 Koreaheraldbiz.com

지난 1년간 반목해 온 양대 한인회가 드디어 화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일원화에 성공했다.
 
양대 분열이라는 불상사가 발생한 30대 LA한인회는 지난 2010년 5월5일 김정화 선관위원장이 박요한 후보의 자격 박탈을 선언한 것이 발단돼 결국 같은날 다른 장소에서 회장 취임이라는 촌극 끝에 2개의 개별 단체로 갈라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과 웬디 그루웰 감사관 등 유명 인사를 양 단체가 모두 초대하는 해프닝이 발생,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양측은 10만달러 공탁금 반환은 물론 불법선거운동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했고 지난 2월경에는 LA한인회가 박요한 회장의 새 한인회측을 “새 한인회가 LA한인회의 공신력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총 100만달러 피해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양 단체는 박요한씨의 한인회 이사장 임명 및 새 한인회 측 이사 현 한인회 포함 등의 문제를 놓고 대립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소송과 관련해서 소요된 비용 12만5000달러 배상 문제도 입장차를 좁히는데 걸림돌이 됐다.
 
당연히 화합은 어려웠다. 스칼렛 엄 회장의 한인회는 노인회관과 관련한 CRA 지원금 수령 등에서도 노인회관 측과 대립하며 무수한 한인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양 한인회가 불연듯 일원화를 위한 회합을 수차례 가지더니 갑자기 합의에 도달했다며 16일 양 한인회 화합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많은 한인들은 앙숙과 같던 양 단체가 갑자기 합의에 도달한 배경에 의문을 표하면서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양 단체는 정말 합의에 도달한 것일까?
 
양 단체의 내부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합의도달은 더 큰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박회장이 한인회의 후보자격 박탈에 대한 금지명령, 10만달러 공탁금 반환소송 등에서 패소하고 자신이 회장 출마시 사인했던 서류에 향후 한인회에 대한 고소시 100만달러 배상 규정이 포함돼 있는 등 악재가 많았다며 차기 회장 취임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합의 후 사퇴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는 스칼렛 엄 회장에게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LA한인회측은 현재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정부의 한인회 재정지원, 연 40만달러선에 달했던 기부금의 1/4수준 감소로 인한 재정압박에 각종 소송 및 분쟁이 더해지며 경제적 부담이 더해진 점, 그리고 미주총련의 LA한인회 축출 거론, 세간의 비판 등 여론 악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한인회는 그동안의 분열로 흉터투성이의 얼굴을 한 채 하나로 합쳐졌다.
 
이번 양측 중재에 나섰던 신연성 총영사의 말처럼 LA한인회는 지구촌에 흩어져 있는 750만 한국 이민자의 얼굴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양대 한인회의 통합식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한국의 성형수술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면서 그 기술로 한인회의 얼굴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록 농담이지만 그 어떤 말보다 마음에 깊게 와 닿았다.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