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서툰 시의원 출마자격 박탈 논란

 미국 애리조나주 지방 법원이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시민권자의 시의원 출마 자격을 박탈하자 당사자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유마 카운티 고등법원은 최근 애리조나주 유마 카운티 샌 루이스시에서 시의원에 출마한 알레한드리나 카브레라에게 시의원 출마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존 넬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카브레라가 주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가 수행해야 하는 전문적 임무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해 시의원 출마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샌 루이스의 후 안 카를로스 에스카미야 시장이 카브레라의 영어 실력이 시의원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수준인지 가려달라며 낸 소송에 따른 것이다.

   사회언어학 전문가를 초빙해 치른 청문에서 카브레라는 영어로 말하기 능력, 영어 읽기 능력, 그리고 영어 이해 능력 등을 테스트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넬슨 판사는 설명했다.

   애리조나주는 법률로 ‘주, 카운티, 시에서 공직을 맡으려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카브레라의 변호사 브랜든 킨제이는 “시의원이 될 자격이 있고 없고는 판사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브레라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며 유마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멕시코인이 다수 거주하는 이곳에 살면서 주로 스페인어를 써왔다.

   인구 2만5천여명의 샌루이스시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국경 너머 같은 이름의 멕시코 산루이스시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다.

   이번 판결은 멕시코 이민자가 많은 애리조나주에서 상당한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카브레라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어를 쓰는 히스패닉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도 보고 있다.

   반면 판결을 옹호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영어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로버트 밴더부트 전무이사는 “미국이 인종의 도가니라는 사실은 우리도 인정하지만 공식 언어가 영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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