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유권자등록..예상된 결과 아닌가

공관에서만 등록 투표 비현실적
투표참여 높이는 제도 정책 전무
한국선거 무관심 탓할 게 아냐

▲LA총영사관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재외선거인 등록 표시판. 초라한 안내판 만큼이나 등록율은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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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선거의 투표자 등록률이 5%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우려했던 대로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다시한번 확인한 결과다. 등록률이 이런데 실제 투표율은 어느 선거나 그렇듯 더 낮을 것이다. 선거전문가들은 투표율이 3% 정도면 성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실정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약 19만7000명(추정치), 단일 구역 별로는 최다유권자 거주 지역인 LA 공관의 유권자 등록율은 4512명으로 겨우 2.28%를 기록한 것이다. 4512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등록자 절반을 크게 상회하는 2881여명은 국외 부재자다. 국외부재자란 영주권자가 아닌 유학생, 혹은 주재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의미한다.
 
입출국이 잦은 이들은 말 그대로 외국에 체류 중인 부재자로 재외국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외부재자가 등록률이 그나마 높은 것은 이들이 대부분 LA 인근에 거주해 상대적으로 등록이 손쉬웠기 때문인 점과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는 ‘선거참여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주권자(1631명)들은 왜 이렇게 등록률이 낮을까?

영주권자는 상대적으로 전국에 퍼져 거주한다. 그런데 등록 과정에서 나타났듯 투표도 아닌 등록을 위해서 무려 수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점은 일상생활에 얽매인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뉴멕시코주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선거 등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계산해본 결과 빨라도 21시간이 걸리더라”며 “이를 평일에 두번이나 반복하라는 것은 투표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동에 소요되는 금액도 부담스럽다. LA총영사관 관할지역인 애리조나주나 뉴멕시코주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유권자등록과 투표참가를 위해 왕복 항공권 2회에 식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 2000달러 가량이 필요하다. 가뜩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서 누가 이 돈을 들이면서 선거에 참여할 것인가.

실제로 이번 LA공관에 등록을 마친 유권자의 지역별 분류를 보면 캘리포니아 이외의 지역인 네바다,애리조나, 뉴멕시코 주 등에서 거주하는 유권자가 등록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재외동포 유권자들이 비례대표에만 투표할 수 있다는 점도 참여율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도 비례대표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외국에 거주하는 유권자가 비례대표 투표를 위해 등록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따라서 향후 선거참여를 높이려면 선거법을 개정해 우편이나 온라인 등록, 순회영사를 통한 투표 등을 필수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그리고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참여 범위도 늘려줘야 한다.

일부 한국언론에서는 이번 재외유권자등록율이 저조한 것을 두고 ‘재외동포들의 한국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주된 이유로 꼽기도 했다. 백보를 양보해 그렇다해도 무관심한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제도를 마련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선거참여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요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는 이유는 투표참여를 높이려는 취지가 첫째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을 때는 현지 실정에 맞게 투표참여의 편의성을 최우선시했어야 한다. 또 그럴만한 시간도 충분했다.
 
되짚어보면 한국의 입법기관(국회)에서 늘 탁상공론만 하며 시간을 낭비해서 그렇지 ‘유권자의 투표참여 편의성’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과 의지만 있었더라도 유권자등록 과정에서 실증된 문제점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

참정권은 혜택을 준게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되살린 것이다.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재외동포를 국민으로 인정했기에 그 기본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재외국민이 당연한 기본권을 되찾은 것을 두고 선심 쓰듯 혜택을 줬다는 그릇된 인식이 기본권 행사의 편의성을 뭉개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성제환/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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