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유의 춤과 사랑]무서운 여인 카테리나 데 메디치

모든 남자들은 결혼 전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여왕으로 받들겠소. 여왕. 모든 여인들은 거짓임을 알면서도 여왕의 길로 들어가는 환상을 품고 결국 남편을 위한 시녀 아닌 시녀로 살아간다며 불평들을 늘어놓는다.

여기 진짜 여왕 카테리나 데 메디치(Caterina de’ Medici)가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태어난 여인이지만 프랑스 여왕으로 생을 마감한 여인. 살기위해 발버둥 쳤던 여왕 카테리나.

그녀의 성을 보면 알듯이 그녀는 메디치 가문의 여인이다. 메디치 가문.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만큼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350여년간 한손에 쥔 가문. 상업을 시작으로 금융업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고 2명의 교황과 2명의 여왕을 배출한 명문가다.

카테리나 여왕이 그 중 한명의 여인이다. 그녀의 첫 인상을 보면 여왕답지 않다. 아기자기한 외모도 화려한 선도 없는 어찌보면 웅크리고 있는 늙고 외로운 암호랑이 한마리 같다. 그녀의 일생은 외로움 그 자체였다. 1519년 그녀가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부모는 세상을 등진다.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녀는 당연히 모든 유산을 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정처 없이 타향살이가 시작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시절 인질아닌 인질이 되며 수녀원에서 숨죽이고 목숨을 연명하고 있을때 삼촌인 교황 클라멘스 7세 의도에 따라 프랑스 왕자 앙리와 결혼하게 된다. 스페인 카를 5세를 견제하기 위해 앙리2세에게 이용당했던 카테리나의 정략결혼. 이미 결혼 전 앙리는 20살 연상의 여인 디안 드 푸아티에가 그 남자의 곁에 있었다.
 
상인의 딸이라는 오명으로 무시당하던 카테리나는 심지어 애첩 푸아티에와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까지 왕실에서 천대를 받는다.자신의 궁궐에서 애첩에게 무시당하며 십여년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하고 심지어 사산하는 과정속에 여왕의 자리까지 위협을 받는다. 암소의 똥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비법까지 따르고 동물의 배설물까지 먹는다. 하늘도 아셨는지 끝내 왕자들을 낳고 앙리2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섭정까지 하게 된다.

카테리나는 기다림의 미학을 안 여인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회를 잡기위해 웅크리고 있는 무서운 암호랑이이다. 이것은 그녀 몸속에 흐르는 메디치 가문 피에서 나오는 사람을 읽는 마음, 신용 그리고 절호의 기회를 잡는 탁월한 감각에서 나왔을것이다.

특히, 그녀는 그녀의 모자라는(?) 외모를 잘 알았던지 자국의 풍요로운 예술과 문화를 통해 궁중 안주인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이탈리아의 대표되는 발레를 들여와 프랑스 궁전에서 발레의 존재를 소개했고 이를 통해 발레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혹자는 발레의 탄생을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라 오해하고 있다.

그녀의 노력으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포크를 사용하고 피렌체 지역의 향기로운 향수를 들여와 지금의 프랑스 향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여인 카테리나. 예술을 그리고 문화를 권력으로 사용할 줄 알았던 여인, 그리고 지아비의 사랑대신 예술로 외로움을 달랬던 여인을 보면 여왕보다는 여염집 아낙네의 삶이 더 따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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