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유의 춤과 사랑이야기]구도의 길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 참이다. 춤 속에 있는 사랑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 춤을 추는 이가 춤을 모시는 마음에 대해 말해 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철이 들고 나서, 무대에 서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십자가에 매달려 심판받는 처절한 심정 때문인지, 무대에 서기 십여일 전부터 가위에 눌려 잠을 들기가 무섭다.

모든 것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글쟁이는 살아 숨쉬는 필체를 통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하며, 정치인은 소외된 국민의 심장을 따스이 녹이는 진심이 담긴 정치를 해야 한다. 춤 또한 보는 이들의 지친 영혼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랑이 담긴 춤을 추어야 한다.

이 사랑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근래에 들어 깊이 생각해봤다. 사심 없는 마음, 섬기는 마음, 무엇을 위해서 보다는, 이것이 좋아 미쳐서 하는 마음이다. 중년이라는 시점에 들어서 주위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가야만 하는 ‘구도(求道)의 길’이 어리석고 한심한 생각이 든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에.

춤을 추어야 하는 춤쟁이들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갈팡질팡 머리를 굴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정치권과 행정가의 도움이 국가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의 액수를 달라지게 만들고, 이것은 ‘인맥=돈’이라는 공식을 만든다. 또한 단체장급 발령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더 이러한 도움이 절실하다.

원조 보쌈집이나 족발집 상호를 단 것도 아닌데 인간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너나 나나 서로가 원조라며 인터넷을 통해 입에 담지도 못하는 투서질을 해댄다. 심지어 제자가 스승의 자리를 독식하려고도 한다.

학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무용단을 가지고 있다. 작년 서울대와 한예종 예체능 대학에서 불거진 교수레슨 및 티켓강매 등은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더욱더 가난하게 만든다. 수천 만원이 왔다갔다하는 작품비와 의상비, 과연 이것들이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승진을 위한 교수 실적 만들기의 프로젝트인지, 다시 한번 짚어 봐야 할 문제이다.

투서와 모함, 작은 정치판 같은 진흙탕에서 과연 우리의 젊은 춤꾼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춤의 길은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의 길이다. 하나의 깨달음을 가지기 위해서 모든 사심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춤을 모시는 사람의 오롯한 심성이며 자세이다. 이러한 진실한 마음이 있는 춤쟁이가 우리곁에 있다면 등을 돌리며 떠나는 관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지유/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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