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유의 춤과 사랑이야기]스파게티와 발레

어느날, 이웃집 친구의 브런치 초대로 식당으로 걸어가는 도중 미국음식문화에 대한 대화를 했다.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뭐냐”는 나의 질문에 주저없이 바베큐와 스파게티라고 했다.

캐러비안 타이노족의 원조 바베큐와 중국인의 국수를 이용한 스파게티는 엄밀히 말하면 너희 나라의 음식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미국인, 특히 뉴욕커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것으로 창조시킨다”며 퓨전의 세계를 강조했고 그의 국수주의식 답변에 다음엔 김치와 같은 명확한 예를 들어달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춤에 있어서도 스파게티와 같은 역사를 가진 장르가 있다. 이것이 바로 발레이다. 혹자는 발레의 시작을 러시아라고 알고 있고 어떤 이는 프랑스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발레의 시작은 바로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는 이슬람 세계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의 비잔틴 세계와 근접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서유럽과의 통로역할을 해준 곳이다.

당연히 이를 통해 돈을 만들 수 있는 상업이 발달했고 물질과 함께 시민문화가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배경이 신으로부터 해방되어 인간의 개성과 자유를 외치는 새로운 부활, 재생이라는 <르네상스>시대를 열게한다.

특히, 이탈리아 중부지방 피렌체 지역의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로와 같은 미술인 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무용과 같은 전반적인 예술 후원 활동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다. 금융업에 종사한 돈 많은 명문가의 도움으로 발레 역사의 흐름까지 바뀌게 만든다.

발레는 이탈리아 귀족의 결혼식을 위한 축하 행사중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야외극을 통한 하나의 결과물이다. 초기의 발레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짧은 치마도 발끝으로 서서 하늘을 나는둣한 무용 신발(토슈즈)도 신지 않았다.

무릎까지 오는 드레스를 입고 추는 15세기의 발레는 궁중에서 추어지는 궁중춤 발동작들을 응용한 동작에 음악가와 함께하는 협동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끝부분에는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그야말로 놀고 즐기는 여흥을 위한 야외 놀이 문화였다.

그러기에 대중들은 완전하지 않은 그리고 덜 세련되고 기교없는 초기 발레작품을 보고 그것은 발레가 아닌 궁중무도회의 일부분일거라는 생각에 발레의 시작은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어느 지역일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발레의 본적지는 이탈리아라는 것이다. 마르코폴로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들여온 국수를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파스타라는 메뉴를 재창조했던것과 같이 화려하지 않은 기교와 테크닉을 가진 초기 발레의 탄생지는 바로 이탈리아며 인간의 자유와 개개인의 개성을 사랑한 마음으로 시작한 예술임을 알아두어야 할것이다.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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