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유의 춤과 사랑이야기]한류의 원조-상고시대의 춤

예술 깨나 안다고 자부하는 이는 미술사의 석학으로 알려진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명저들을 접하게 된다. 웬만한 쿠션 정도의 두께를 가진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서양미술사>를 독파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책거리하는 그날을 기약하며, 이때쯤 쌀쌀한 새벽이슬을 맞으며 연구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청소년을 위해 지은 또 따른 책 <곰브리치 세계사>를 보면, 제일 처음 이런 대목이 있다.

‘옛날 옛적에…’ ‘Once upon a time…’ 모든 이야기는 이 대목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기억’이라 부르는 정신기능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든 아니든 간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 절대적인 믿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춤에 있어서 ‘옛날 옛적은 언제쯤 일까?’ 요즘처럼 세상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춤의 역사를 두 눈과 손에 쥐어 깔끔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문헌에서 근거를 찾고 유추할 뿐이다.

기원전 약 200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이 시기를 청동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돌을 쓰던 석기시대와 철을 쓰던 철기시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시기. 구리와 주석을 가지고 청동을 만들기 위해 불을 사용하는 기술이 요했고, 더군다나 청동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인 농업활동이 발달했다. 내 재산이 불어나니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군사활동도 당연히 시작되었을 것이다. 즉, 문화 수준이 향상되었던 것이다. 이때쯤 쑥의 힘을 빌어 인간이 된 곰의 후손 단군이 세운 고조선이 건국되고, 이후 철기시대가 도래한다. 청동기 시기를 비롯하여 지금의 만주와 한반도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던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 등과 같은 여러 나라가 출현했던 모든 시기들을 통틀어 우리는 상고시대라 부른다.

상고시대 한국 춤에 관한 역사가 제일 처음으로 소개된 책은 고조선의 건국과 몰락 그리고 위만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담은 <후한서(後漢書) 동이전(東夷傳)>이 최초의 문헌이다. 중국인의 눈에 비추어진 문헌이기에 동쪽에 사는 오랑캐 즉, 중국을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한국의 옛 국가나 부족들을 동이(東夷)라고 지칭한다. 그들은 ‘동이족의 춤의 형태가 즐겁게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무용이 독자적인 형식을 취한 것이 아니라 음악, 노래, 춤이 하나로 통합되는 ‘악가무 삼위일체’형식을 나타냈던 것이다. 또한, 중국 하(夏)나라 6대 군주였던 소강(小康) 시대에 매끄럽게 발전했던 우리의 춤이 중국 쪽으로 전파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옛날 옛적의 한류의 원조를 만들어낸 한국 상고시대의 춤. 우리의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그 몇 수십 곱절이 되풀이 되어 거슬러 가는 ‘Once upon a time’의 우리의 춤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그 자리에 존재했고 그러한 사랑과 흥이 만들어져 다른 문화에 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것. 2011년을 보내는 우리 후손들이 기억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정지유/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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