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유의 춤과 사랑 이야기]취발이의 꼼수

취발이
“내가 네 잘생긴 근본을 일러줄 것이니 들어봐라. 어흠! 이마는 됫박이마요, 눈썹은 세붓으로 그린 듯하고, 눈은 비 오는 날 지팡이 구멍 같고, 코는 마늘쪽 거꾸로 붙인 듯하고…한 배에 새끼 열다섯 마리씩은 낳것다.” 이것이 취발이 이상형에 대한 전문이다.

오늘도 취발이는 <남사당놀이>에 나타나 박첨지댁 여인 둘에게 수작을 부린다. 취발이는 위선 덩어리다. 검은 장삼 돌려입은 먹중에게 속가에 내려와 하나도 아닌 두 계집들과 농탕질 한다며 바른말로 호통질 치지만, 결국 먹중의 여인들을 취하기 위한 꼼수를 폈다.

<남사당놀이>는 중요무형 문화재 제 3호로 등록되어 있는 동시에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여자 사당과 그에 기생하여 사는 모갑이가 있는 사당패와는 달리, 남사당패는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다. 총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남사당놀이>는 한국민속놀이의 전부를 보여 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풍물놀이의 <풍물>, 대접이나 버나 등을 돌리는<버나>, 텀블링과 같은 묘기를 부리는 땅재주 놀이의 <살판>, 줄타기가 주를 이루는 <어름>, 탈놀이와 함께 춤을 추는 <덧뵈기>, 꼭두각시놀음의 <덜미>가 남사당놀이의 여섯 가지 장르이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라는 우두머리 밑으로 총 40-50명의 구성원을 거느리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공연을 한 예인집단이다. 워낙 사회 하층민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으로 마을의 큰 행사가 있을 때, 그 마을의 수장으로부터 허락이 떨어 질 때만 공연 할 수 있었다. 사내끼리 성적인 화대 값인 어우채를 받는 일이 자행되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이 평가 절하된 것은 사실이나, <남사당놀이>에 담긴 한국적 예술성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종교인이 종교인답게 살아야 한다는 얼음장 같은 충고를 해 대는 취발이. 취발이가 살던 그 시대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나, 뭐 그리 크게 다른 것은 없는 듯하다. 사랑이라는 명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기업화되는 종교 단체와 종교인들. 그리고 세습이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사건들. 지금 우리는 취발이의 바른말이 듣고 싶고, 앞 뒤 안 맞는 취발이의 꼼수가 그의 뚝심 있는 말투 속에 애교있게 비춰질 뿐이다.
 
정지유/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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