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정치사의 ‘블랙아웃’

▲에릭 가세티 LA시장 당선자
 ⓒ2013 heraldk.com

21일 열린  LA시선거가 한인 커뮤니티의 ‘흑(黑)역사’로 남게 됐다. 암흑같은 날이었다. 

 

흑역사란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혹은 없던 일로 된 과거의 일을 가리키는 인터넷 신조어로 21일 선거결과를 지켜본 한인들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한인 최초의 LA시의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3지구 선거에 나선 존 최 후보는 개표 직후 159표차까지 뒤쫓으며 선전했지만 결국 1100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그의 득표율은 46.9%.

 

53.1%의 득표율은 기록한 미치 오패럴 당선자를 상대로 진행중인  LA카운티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 선거에서도 에릭 가세티 후보가 득표율 53.9%를 얻어 경쟁자인 웬디 그루웰 후보(득표율 46.1%)를 예상보다 큰 7%포인트 차로 따돌리면서 차기 시장에 당선됐다.

 

가세티 후보는 그간 한인 커뮤니티의 현안 챙기기에 앞장서온 그루웰 후보와 달리  한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챙기면서도 중요한 현안마다 방관하거나  말바꾸기로 일관해 많은 한인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이에 따른 한인 표심의 대거 이탈에도 가세티 후보의 당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가세티 후보는 오는 7월 1일을 기해 연임 중복 제한 규정에 따라 시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현 시장의 뒤를 잇는다.

 

파란눈의 한국인을 강조하며 6지구 공석 선거에 나섰던 LA KOTRA의 투자담당관 데릭 월레코 투자담당관도 11.5%의 득표율로 쓴잔을 마셨다. 월레코는 두자릿수 득표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주 하원의원 출신 신디 몬타네즈 후보(43.5%)를 물리치기에는 힘이 부쳤다.

 

시 검사장 선거 또한 한인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간 이민자 커뮤니티의 폭넓은 지지와 함께 시 역사상 보기 드문 흑자 경영 및 범죄율 하락이라는 성과를 거둔 카르멘 트루타니치 후보는 37.9%의 득표율에 그쳤다.

 

지난해 LA 카운티 검사장 출마 후 예선 탈락이라는 과거에 발목이 잡히며 마이크 퓨어  후보(득표율 62.1%)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됐다. 트루타니치 후보는 특히 득표율 격차가 전체 선거 중 가장 크게 벌어지며 일찌감치 패배가 확정되는 굴욕을 맛봤다.

 

이로써 한인 친화적 후보 중에는 제 1지구에 출마했던 길 세디오(52.4%) 만이 살아남아 시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하지만 세디오 의원의 지역구가 라티노 밀집 지구인 점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정치인의 연대를 생각하면 한인 커뮤니티가 세디오 의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소위 대반전인 업셋(Upset)도 나왔다. 그동안 진행됐던 각종 사전 투표에서 한상 뒤져왔던 론 갈페린 후보는 선거 당일 피치를 올리며 데니스 자인 전 시의원을 12.4%포인트로 제치고 감사국장에 올라 시의 안방마님자리를 차지했다.

 

이외에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 업소 확장과 증세를 허용하는 관련 발의안 D와 F는 통과된 반면 E는 부결돼 대조를 이뤘고 교육구 6지구는 모티나 래틀리프 후보가, LA커뮤티니 컬리지 이사회 6번은 낸시 펄만 후보가 승리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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