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인플레이션’ 심각…올 간첩신고 4만7000여건 구속은 4명

‘종북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올해 간첩신고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정원이 111 전화신고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간첩신고는 4만70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월) 신고건수 2만5000여건 대비 37.5%(1만5000건)나 증가한 셈이다. 이는 노무현정부 집권시기(2003~2007년)를 통틀어 접수된 신고건수(5865건)보다도 8배 이상 많은 것이다.

한해 평균 간첩신고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노무현정부 때 간첩신고는 한 해 평균 1173건이 접수됐다. 이명박정부 때는 한해 평균 1만7266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올해 10개월간 접수한 간첩 신고건수가 얼마나 많은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간첩신고는 월등히 늘어났지만 실제 간첩 사건 구속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법무부로부터 받은 2003년 이후 간첩사건 구속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올해 4명의 간첩사건 구속자가 발생했다. 이들 4명은 모두 탈북자 위장 간첩이었다. 올해 4만7000여건의 간첩신고가 들어왔지만 이 가운데 4명만 실제로 구속된 셈이다.

크게 늘어난 간첩신고 중에는 황당한 신고 사례가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충북 청주에서는 한 30대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이 고정간첩이라며 자수하겠다고 해 국정원ㆍ기무사령부 등 공안당국이 총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학에서 ‘자본주의 바로 알기’라는 이름의 수업 중에 반자본주의ㆍ반미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1학년 학생에게 신고를 당한 강사의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고려대에서는 학교 내 성추행 사건 문제로 토론을 하다 반대의견 학생의 신상털이를 통해 SNS에 ‘붉게 물든’ ‘투쟁’ 등의 단어들을 사용했다며 간첩이라고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같은 달 울산에서는 청년 2명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흉내를 내며 북한 말투로 영화 속 대사인 “동무, 얼른 자결하라우”라고 말했다가 이 대화를 엿들은 여중생들이 이들을 간첩으로 오인, 신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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