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교육특별교부금, ‘OOO의원님’ 체육관 건설에 사용된다

국회에 때 아닌 ‘체육관’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동내 학교에 실내 체육관을 만들 돈 몇 십억원 확보에 성공했다”며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한 여름 찜통, 한 겨울 냉동 교실 문제를 해결할 예산은 매년 부족하다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전국 방방 곳곳에 ‘의원님’ 이름을 딴 체육관 짓기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20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고등학교 체육관 신설에 필요한 돈 14억원을 특별교부금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예산결산위원회 의원으로써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성과를 거뒀다는 공치사도 더했다.

지역구 학교 체육관 예산 챙기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박혜자 민주당 의원도 이날 숫자와 지역명만 바뀐 같은 내용의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는 공치사를 했다. 당 대표급 중진 의원들 역시, 지역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원님 체육관’ 건설 예산 확보를 꼭 언급하곤 한다.

이들 보도자료, 그리고 자화자찬이 가능한 것은 바로 교육특별교부금 때문이다. 일반 예산과 달리 기획재정부, 국회 등의 예산심의 없이 교과부장관이 국가시책, 지역현안, 재해 등이 발생한 경우 시, 도에 교부해 집행할 수 있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과거 수 차례 폐지나 투명한 집행 규칙을 마련하라고 강조했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매년 1조6000억 원에서 2조 원 가량 편성되는 이 예산은 의원들과 교육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는 2010년 보고서에서 전체 교육특별교부금 중 30%에 달하는 국가시책 사업용 교부금 상당수가 면밀한 검토 없이 지역 민원 해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분 과정에서 온정이나 지역 연고 등에 의한 음성적인 청탁과 로비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 권익위의 분석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서 냉난방비나 학습 지원 등에 사용되야 할 교육예산이 제도상 헛점 때문에 체육관 건설같은 생색내기로 전용되고 있는 셈”이라며 교육특별교부금 제도 자체의 근본적 개선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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