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울한 연말, “신규 순환출자 금지 마저…”

-유해화학물질 규제, 통상임금 이어 재계 또 판정패

-내년 경제민주화법 근로단축 정년연장 불리할라 고민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팽팽했던 줄다리기에서 한쪽이 한번 힘을 잃으면, 계속 끌려다니게 되고 결국은 지게되는 것이죠.”

23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한 4대그룹 임원이 토로한 말이다.

이는 재계의 우울한 심경을 대변한다. 올 한해 경제민주화 파상 공세 속에 유해화학물질 규제법이 상반기 통과했고 통상임금마저 대법원으로부터 불리한 판결을 얻어 막대한 추가부담까지 져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확실시되자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고민은 이같이 계속 재계가 밀리면서 내년에 산적해 있는 이슈인 후속 경제민주화법,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계법에 ‘도미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정무위가 의결한 이상 자산합계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개정안은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순환출자마저 금지하자는 야당의 당초 안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재계로서의 부담은 여전히 작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법안 중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형성되는 신규 순환출자는 예외로 규정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신성장동력 투자와 경영권 방어 등이 예외 조항에서 제외된 것에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당장 투자 위축을 염려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엔저 심화 등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기업 대주주들이 지분율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투자에 어쩔 수 없이 외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상위권 대기업조차 경영권 약화 우려 때문에 선뜻 신규 투자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투자활성화를 바탕으로 2014년 경제회생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의 각종 시나리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10대그룹 임원은 “순환출자는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 총수가 경영을 장악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순환출자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돼 온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되면 곧장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증자를 추진할 확률이 큰데, 이러면 지분율 하락으로 해외기업의 매물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순환출자를 마냥 구악으로 보는 견해는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해외자본의 M&A에 취약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로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요 그룹들은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를 주시하면서 향후 대책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마저 국회 통과가 유력해 보이는데 재계로선 참으로 우울한 연말”이라며 “내년도 경제민주화 각종 법안과 근로시간 단축 및 정년연장 등 노동관련법 등이 줄줄이 대기중인데, 정치권과 노동계의 거센 공세를 어떻게 또 헤쳐나갈지 벌써 막막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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