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스크린결산②] 신인감독들은 웃고 하정우-박중훈은 울고

바야흐로 영화관객 2억 명 시대다. 그만큼 영화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문화생활,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며 사회적 현상을 나타내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해가 지날수록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영화인들의 활약 역시 두드러졌다. 그 가운데에는 신인 감독들의 패기와 배우 출신 감독들의 따끈한 연출작이 있었다. 올 한해를 빛낸 신인 감독들의 명작과 배우 출신 감독들의 작품을 돌아봤다.

#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노덕-허정-김병우

-‘연애의 온도’ 노덕

당찬 여감독이 충무로에 등장했다. 김민희와 이민기를 앞세운 현실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이 그 주인공. 노덕 감독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세심한 연출력과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하며, 관객들을 화면 속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또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가 전혀 없는 100% 현실담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형성했다.

-‘숨바꼭질’ 허정

허정 감독은 한동안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던 스릴러 장르를 재부활 시킨 흥행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영화 ‘숨바꼭질’을 통해 날고 기는 연출력을 과시했다. 보는 이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현실형 공포와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로 공포 스릴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김병우 감독과 배우 하정우, 겨우 두 사람이 완성한 완벽한 작품이 바로 ‘더 테러 라이브’이다. 방송국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한강 폭발테러사건이라는 영화적 설정이 더해졌을 뿐인 영화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완벽했다. 9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짜릿한 스릴러적 연출이 더해져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이 만들었다. 게다가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설국열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성적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하정우-박중훈

‘롤러코스터’ 하정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인 ‘롤러코스터’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관객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오락적 설정으로 가득한 영화지만, 주된 메시지의 부재와 반복되는 코믹 설정은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는 곧 총 관객 26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입증됐다. 배우로서 완벽한 호평을 얻었던 하정우는 자신의 첫 연출작으로 쓴 고배를 마셨다.

‘톱스타’ 박중훈

배우 28년차 박중훈 역시 ‘톱스타’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던 이 영화는 관객의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화려한 스타들의 아무도 몰랐던 뒷 이야기’라는 스토리 설정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 속에서 이미 많이 써먹었던 방법이었고, 감독으로서 박중훈의 역량 역시 제대로 발산되지 못했다. 박중훈의 열정만 돋보였던 ‘톱스타’는 관객 수 16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쓸쓸히 퇴장했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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