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민정서 감안…경력투입 고려 안해”

철도노조 부위원장 조계사 은신…긴장감 팽팽
조계종측 “화쟁위 소집 대화창구 마련”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인근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26일 오전 조계사 인근에는 수배자 인적사항을 들고 있는 사복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은 조계사 일대 3개 중대 250명의 경력을 배치, 검문검색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전 8시30분께 조계사는 갑자기 소란을 빚기도 했다. 대웅전에서 “쫓아내야 해”, “명동성당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여기 와있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여명의 60~70대 신도는 노조원이 은신해 있는 극락전으로 향해 철도노조 노조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일부 신도는 갈등을 우려했다. ‘대원심’이라는 법명의 여신도(59)는 “법전에서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막지 말라고 했다”면서 “품 안에 들어온 이들이니 스스로 나갈 때까지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보ㆍ수사력 부재의 한계를 보이며 고심에 빠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조계사의 상징성과 국민 정서를 감안해 조계사에 경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수배자들이 조계사 밖을 나올 경우 즉각 검거하고 다른 수배자들도 조속히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했지만 수배자 검거에 실패했던 경찰은 섣불리 움직일 경우 노동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계사가 수배자 검거를 요청하거나 묵시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이상 검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처럼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가 종교계의 대화 중재를 요청하면서 조계종도 고심에 들어갔다. 조계종 종단 측은 그동안 사회적 갈등 문제를 맡아온 화쟁위원회가 대화 창구 마련에 나서도록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26일 화쟁위원회위원장인 도법스님은 “종단이 어떤 입장을 정리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에 맞춰 화쟁위가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며 “위원회를 소집해 의견을 모은 뒤 최선의 길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철도노조 박 부위원장은 전날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계가 나서서 철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위원장과 일반 노조원 4명은 24일 밤 조계사 극락전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미ㆍ김기훈ㆍ박병국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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