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어록으로 보는 2013 재계

[헤럴드경제 = 산업부]“기업가에게 쉬운 일년이란 없다”는 말처럼 올해도 재계는 다사다난했다. 새정부의 경제기조인 ‘창조경제’와 경제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요구에 고개숙일 일도 많았다. 

불황의 파고가 무색하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한걸음 더 도약한 회사들도 있었던 반면, 유통성 위기나 실적부진으로 ‘계열사’나 ‘자리’를 놓아야 했던 경영자들도 많은 한해였다. 올 한해를 재계 인사들의 어록을 통해 짚어봤다.

▶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개인과 조직, 기업을 둘러싼 모든 벽이 사라지고 경쟁과 협력이 자유로운 사회,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내 이메일로)
= 올해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올라섰다. 분기영업이익 10조원 돌파라는 세계 제조업 역사에 남을 실적을 기록했고,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브랜드 9위에 오르는 등 성과가 큰 한해였다. 하지만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이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찬사와 치하보다는 독려였다.

▶ “신형 제네시스로 유럽 명차와 당당히 경쟁할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신차 발표회에서)
= 현대ㆍ기아차는 올해도 달렸다. 포화의 국내시장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총 6%이상 성장하면서, 세계 5대 완성차 업체로써의 입지를 확실히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질적변화라는 새로운 숙제가 안겨져있다. 그 선두에 선 것이 바로 신형 제네시스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행사를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 “사장님! 저 두산그룹 회장인데요. 지갑을 아무도…죄송함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트위터)
= 올해 재계에서 가장 보폭을 넓힌 인물이 박용만 회장이다. 박회장은 두산그룹의 경영, 대한상의 회장 취임 등 경영자로써의 행보외에도 다양하고 격의없는 소통으로 일반 시민들로 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다. 야구장 일반석에 평범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남다른’ 회장님의 모습에 특히 젊은 세대들이 반응했다. 박 회장의 소통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냉면집 사건이다. 직원들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갔다가 지갑이 가지고 나오지 않아 외상을 한 사연이다. 박회장은 이를 생생한 표현으로 SNS에 공개했는데 큰 화제가 됐다.

▶ “부재한 경영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다.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 (박병엽 전 팬텍 부회장 사내 이메일)
투자자 고객 여러분, 그리고 동양가족 임직원 여러분 엎드려 사죄 드린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사죄문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정권차원의 찍어내기는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이 더 잘 아시잖아요” (이석채 전 KT 회장 검찰에 출두하면서)

= 올해는 재계에 유독 ‘내려 놓아야하는’ 경영자들이 많은 한해였다. 유동성 문제에 시달린 한진해운, 동부, 현대 그룹 등이 계열사를 내려놨고, 펜택과 KT에서는 수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최고 경영자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를 내려놨다. 동양그룹은 부실을 감추고 투자자를 속여 공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화와 SK, CJ 그룹은 오너가 횡령혐의로 법정을 드나들면서 시끄러웠다.

▶ “대한민국에서 깨끗하고 의미 있는 회사가 나와서 해외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을 만한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겸 라인주식회사 회장. 도쿄 기자회견)
= 갈피를 못잡던 ‘인터넷 거인’ 네이버를 살린 것은 온라인 메신저 ‘라인’이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라인의 성공은 은둔의 CEO를 밝은 모습으로 10년만에 공식석상에 나서게 했다.

▶ “지역구 국회의원이 게임업계에 목에 칼을 들이 댄다“ (남궁훈 전 위메이드 대표. 페이스북)
“한국에선 (IT인재들이) 게임업계에만 편중된다. 게임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정주 넥슨 회장. 소프트뱅크벤처스 포럼)

=올해 가장 시끄러웠던 섹터중 하나가 게임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에 대해 게임업계는 “창조경제 하겠다는 나라에서 게임을 마약으로 취급하느냐”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큰 게임회사를 소유한 김정주 넥슨 회장은 게임 이외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해 관심을 모았다.

▶ “내가 (직원들을) 잘 못 가르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 (손영철 전 아모레퍼시픽 사장 국감에 출석해서)
= 올해는 유독 갑을 간의 갈등이 여러차례 문제가 된 한해였다. 남양유업 사태,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및 욕설 파문 등 연초부터 줄줄이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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