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강경정책 물타기?…불안한 내부시선 돌리기?

올 신년사 통해 관계개선 세차례나 언급
장관급회담 등 고위급 접촉 제안 가능성

서해5도일대 병력·훈련 눈에띄게 강화
위장된 평화공세 보는 시각도 만만찮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벽두부터 사실상의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가운데 진정성 여부가 주목된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집권 3년차에 돌입한 김정은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남북관계 정립에 나서게 될 박근혜정부에 보내는 의미있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있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한 내부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위장평화 공세라는 평가도 있어 서로 엇갈린다.

일단 북한의 신년사는 최고지도자가 당ㆍ정ㆍ군 간부와 주민에게 한 해 동안의 과업을 직접 부과하는 강령적 교시라는 점에서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만 해도 ‘북남관계 개선’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세 차례나 언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올해 남북대화 추진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을 내세우고 지난해 신의주특구와 13개 경제개발구 등 나름의 개혁·개방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대표적인 중국통인 장성택이 처형당하고 핵실험 감행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만이 출구라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한 것도 예년과 달라진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조만간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지난해 무산됐던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고위급회담을 제안해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비난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태도 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는 것은 사대매국 행위”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의 발언을 비난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북한이 서해5도 일대에 병력을 증강하고 훈련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1~3월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계산된 위장평화 공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2009년 이듬해인 2010년 신년사에서도 조국통일을 하루 빨리 실현하자고 하는 등 남북화해와 협력을 강조했지만 그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야기했다”며 “북한의 신년사가 해당 연도의 큰 틀의 정책방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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