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디자인한 주얼리

피카소가 디자인한 목걸이를 아는가. 만레이가 만든 마스크는? 현대예술의 거장을 꼽히는 예술가들이 주얼리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짐작대로, 이들은 보석을 활용한 주얼리를 제작하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담은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도 충분히 주얼리로서,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오는 2월 23일까지 ‘피카소에서 제프 쿤스까지’전을 개최한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주얼리 작품을 모았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 만 레이, 살바도르 달리, 알렉산더 칼더, 앤디 워홀, 아니쉬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데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와 같은 현대미술사의 주요 작가들과 론 아라드 등 디자이너가 만든 주얼리 20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각가ㆍ화가ㆍ영화감독이었던 팝아티스트 ‘니키 드 생 나팔’의 주얼리 작품.
(왼쪽) 나나, 브로치, 에나멜, 11×7.5cm.
(오른쪽) 얼굴, 목걸이, 에나멜과 금, 27cm.

재미있는 점은 주얼리를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액세서리지만,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리히 로이텐슈타인의 브롯치는 수 많은 작은 점을 스텐실로 채색한 ‘벤데이 닷’ 기법이 그대로 사용됐다. 데미안 허스트는 알약과 해골이 장식된 팔찌를 제작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된 작가의 알약시리즈 ‘죽음의 덫’이 바로 떠오른다. 은색의 토끼 풍선같은 목걸이 팬턴트는 제프쿤스의 작품이다. 2005년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를 위해 만들었다. 전시장은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기하학적 추상, 팝아트, 미니멀리즘에 이르는 현대미술을 장르별로 구분해, 각 사조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주얼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회화나 조각 등 작품으로만 알려진 거장들이 만든 주얼리를 제작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언뜻 보기에 이 작품들은 그 원형인 조각품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소유욕을 자극한다. 전시를 보다 보면 예술과 패션, 그리고 디자인이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한 몸통에서 나왔다는 것이 명징하다. 작가들 사이 사랑과 우정 등 개인적 스토리도 공개돼, 관람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관람료는 성인 1만 2000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