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말한 한국, 동맹만 강조한 미국

- 윤 외교, “과거사 문제, 동북아 화해와 협력 방해”

- 케리 국무, ”한미동맹은 동아시아 안보와 안정의 린치핀“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 한국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 과거사 관련 도발에 대해 일본의 반성과 행동변화를 촉구한 반면 미국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온도차가 뚜렷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7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과 나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장관은 일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케리 장관에게) 과거사 이슈가 이 지역에서 화해와 협력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진정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케리 장관과 나는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과거사 문제로 불안정성이 높아진 동북아 정세에 대해 양국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공식 회담을 통해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 역시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역내 안정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공표함으로써 아베 정부의 성의있는 행동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케리 장관 본인은 자신의 입으로 일본의 책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케리 장관은 대신 “한미 양국의 포괄적인 정치적 협력관계는 미국의 아태지역 관여에 대한 포괄적 확약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면서 한미 동맹에 대해 “동아시아 안보와 안정의 린치핀(중심축ㆍlinchpin)”이라며 견고함을 새삼 강조했을 뿐이다.

이같은 발언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을 적극적으로 표명해 일본을 압박해 주기를 바랐던 우리 정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 초대 국장이 곧 미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 하는 미국이 직접 일본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그동안 껄끄러웠던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간접적인 입장 전달은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빈틈없는 공조체제가 유지될 것을 강조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최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정세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윤 장관은 “북한 내부의 정치상황 전개 속에서 갈수록 휘발성이 높아지는 북한 핵문제를 (양국 간) 최고의제로 삼는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케리 국무장관 역시 “양국은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산 활동에 대처하는데 있어 ‘한치의 빛’(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 없이 단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체제 구축에 함께 노력할 뜻도 밝혔다.

이밖에 양국은 협상이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 특별협정(SMA)과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이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가져와야 함을 강조하고,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아태지역 경제통합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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