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000만 IPTV, VOD로 방송을 바꾸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IPTV가 서비스 시작 6년만에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다. 2008년 케이블TV, 위성방송에 이어 막내 플랫폼 사업자로 나섰던 IPTV가 이제 명실상부한 기간 방송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9일 IPTV 3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입자 수는 약 850만 명에 달한다. KT의 올레tv가 480만, SK브로드밴드 B tv가 210만, LG유플러스의 U tv G 160만 등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증가 일변도인 추세를 감안할 때 빠르면 올 상반기 중 가입자 1000만명 달성을 자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통신사들이 IPTV를 새 수익원으로 인식, 최신 서비스를 늘려온 결과”라며 “이동통신과 결합한 서비스, 그리고 마케팅 전략도 IPTV 가입자 증가에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시작 1년만인 2009년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던 IPTV는 이듬해 200만을 넘어섰고, 2012년 500만, 그리고 지난해 5월 700만까지 가파르게 늘어만 왔다.

이 같은 IPTV의 성장은 방송까지 바꿔놨다. 기존 공중파, 케이블, 그리고 위성방송이 생방송 위주로 많은 채널을 전송하는 경쟁을 펼쳤다면, IPTV는 시ㆍ공간을 뛰어넘는 방송 시청을 가능케 했다.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VOD는 그동안 단방향만 가능했던 공중파나 케이블, 위성방송의 한계를 탈피해 양방향 모두 가능한 인터넷 통신망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작품이다. 저녁 약속때문에 놓친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1주일 후 재방송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케이블 채널 이곳저곳을 찾아 리모콘을 누르는 대신, 바로보기 채널로 들어가 편할 때 내 집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이 VOD다. 안방의 ‘비디오 방’인 셈이다.

후배들이 ‘응사’(응답하라 1994) 이야기만 하는 통에 소외감을 느꼈던 과장님이 일요일에 10편을 쭉 보고나서 후배들보다 더 심한 ‘응사앓이’에 빠지거나,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라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북적이는 인파 속에 눈치보는 일 없이, 솔로 친구들과 함께 최신 영화를 보며 더욱 의미있는 이브를 보낸 ‘진짜 솔로’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저녁 8시만 되면 거리에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만든 풍경은, 이제 말 그대로 80년대 옛 이야기가 됐다.


IPTV, 특히 VOD의 등장은 그동안 채널 번호 숫자, 또는 방송사 이름 마케팅에 안주했던 방송국들도 긴장케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 또 그 중에서도 특정 회만 골라 보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후발 방송사들은 ‘좋은 콘텐츠’ 하나만으로도 일약 전국 방송 이상의 유명세를 누리게 됐다. ‘응답하라 1994’, ‘막 돼먹은 영애씨’ 같은 독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률에서까지 기존 지상파 3사의 벽을 허물고 있는 TvN, 프로야구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그리고 탑기어 코리아로 유명한 Xtm 등이 좋은 예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이제 단순히 공중파에서 만든 드라마라는 이유로 황금 시간에 기본적인 시청률이 담보됐던 시절은 지났다”며 “심지어 프로그램 명은 알아도 그게 어떤 방송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르는 시청자도 많다”고 VOD가 만든 변화를 설명했다.

최근 VOD 후발주자 격인 케이블TV가 공격적인 속도 경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이날 일제히 ‘1분 다시보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본 방송 직후 10분 또는 5분 후에 다시 보기가 가능했던 IPTV보다 더 빠른 시간에 VOD를 제공함으로써, IPTV 업체들에 빼았겼던 시청자들을 다시 잡겠다는 전략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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