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가방에도 미학이…컬트 · 자아도취 · 영욕…

“가방이 뭐라고. 그냥 모든 잡동사니 다 쑤셔넣고 들고 다니는 것, 그게 가방 아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주인공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분)의 남자친구인 네이트(아드리언 그레니어 분)가 마크제이콥스 신상 가방을 보고 호들갑 떠는 친구 릴리(트레이시 톰스 분)를 보고 내뱉은 말이다. 그렇다. 남자들에게 가방이란, 기능이 우선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필요한 물건을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해 주는 ‘끈 달린 주머니’ 같은 물체. 그런데 이런 남자들의 가방에도 미학이 있다고 말하는 전시가 열린다.

명품 핸드백 가방 제조기업 시몬느는 3월 30일까지 신사동 백스테이지빌딩 갤러리0914에서 두 번째 ‘BAGSTAGE展 by 0914’를 연다. 전시 제목은 ‘BAG IS HISTORY:가방을 든 남자’다. 첫 번째 ‘BAG IS PSYCOLOGY’에선 여자들의 가방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남자들의 가방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GQ KOREA’의 이충걸 편집장이 나섰다. 사진작가 이신구, 영상작가 275C, 설치미술가 plaplax와 함께 전체 전시를 하나의 문화잡지처럼 꾸몄다.

‘Bag is history:가방을 든 남자’전 에서는 역사의 ‘history’가 아닌, 그 남자의 이야기 ‘his story’라는 관점에서 가방을 중심으로 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이충걸 편집장이 그동안 선물받았거나 구매한 가방들의 사진이 각각의 사연과 함께 소개된다. 백팩이 좋은 이유는 두 손이 자유로워서가 아니라 물건을 잘 놓고 다니는 칠칠치 못함을 방지해주는 ‘시계만큼이나 유용한 발명품’이기 때문이며, 작고 얇은 가방은 물건을 많이 들고다니는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큐먼트 케이스를 겨드랑이에 끼고 나가는 날엔 ‘내 자신이 순식간에 면도날을 장착한 람보르기니’가 된 듯 느껴진단다. 개인적인 독백을 통해 남성 가방이 갖는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진과 함께 붙은 설명은 전시장이 아니라 잡지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짧은 에세이를 따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트위터를 매개로 가방에 대한 대중의 단상을 보여준다. 전시기간 내내 매일 매일 가방에 대해 이 편집장이 트윗을 올린다. 세태를 조롱하는 과녁으로, 갖고 싶은 쇼핑 아이템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기호 등 간단한 트윗을 통해 팔로워에게 전달된다. 이에 답하는 멘션까지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가방을 둘러싼 현재 대한민국의 인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영상과 비트가 강한 음악 속에 마틴 루터킹, 앤디 워홀부터 안철수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유명하고 역사적이라는 남자들과 그들의 가방을 한데 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 내꺼’, 안철수 의원은 ‘장고 끝의 일수’ 등 그들의 가방이 갖는 의미, 컬트, 자아도취, 영욕 등의 위트있는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은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