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결국 키 리졸브 연습이 관건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중대제안이 위장평화공세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우리 정부가 요구하자마자 북한이 지난9월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을 열자고 제안하면서 이산가족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키 리졸브’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여전히 걸림돌로 숨어있다.

북한은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하면서 “설이 지나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라”고 시기 문제를 우리 정부에 일임했다. 2월 말 ‘키 리졸브’ 훈련 이전에 할지 이후에 할지 우리 정부에 백지 수표를 건넨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월 중순에 행사개최를 제안한다는 계획이지만 우선 자신들이 요구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막판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전면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면서 대화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시 판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단 정부는 2월 말 시작될 키 리졸브 연습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올해 키 리졸브 연습은 평년과 같은 수준과 범위에서 시행될 것”이라며 “미국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은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이 수립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된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CVN-73)는 정비를 위해 곧 미국 버지니아주로 이동할 계획이다.

작년과 달리 북한이 핵 실험이나 정전협정 파기 등 구체적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의 전략 타격 수단을 동원할 경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시 무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키 리졸브 연습이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반도 방어를 위한 지휘소 훈련(CPX)이라는 점을 북측에 다시 주지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국방위원회 공개서한 등을 통해 키 리졸브 연습 자체를 중지한 바 있어 이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안을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는 없다. 신선호 주유엔북한대사는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소한 우발적 충돌도 즉시 전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라며 “남한 당국은 ‘연례적’, ‘방어적’이라는 미명하게 오는 2월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자는 명분을 들며 우리가 받지 못할 군사적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자신들이 먼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섰음을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남측을 최대한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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