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흥국 위기 전이 막으려면 환율관리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우선 신흥국 시장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자본 이탈의 여파로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단기 급락하면서 남미 시장이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 외환ㆍ금융시장 역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달러 공급을 줄여왔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이번주부터는 통화 환수에 더 속도를 낼 예정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되레 글로벌 경제에 발목을 잡는 셈이다. 90년대 중후반 속수무책으로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우리로선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회복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시점으로부터 2년 정도 뒤에 어김없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왔다고 분석한다. 이번에는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출구전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신흥국을 비롯해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 상황은 우리에게도 큰 위험요소다. 환율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예외없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로선 당장 과도한 자본 유출을 막는 한편 해외로부터 투자를 더욱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자본재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 폭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아 경상 흑자를 내는 불황형 흑자 구조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신(新) 환율전쟁에 돌입해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는 곧 경상수지 흑자국들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동반한다. 지난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 측으로부터 강도 높은 원화 절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난 1997년과 2008년 글로벌 위기 때의 경험이 소중하다. 널뛰기 환율로 수출과 내수 모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환율 변동 속도와 폭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유연한 환율관리로 신흥국 통화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도 잘 쌓는 한편 우리 경제 펀더멘털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3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방패가 될 수 있지만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 간 불균형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불안한 환율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에 치명적이다. 환율이 안정돼야 국민경제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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