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싸니까 세금은 손님이 내세요”…지하상가의 황당한 탈세꼼수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ㆍ권재희 인턴기자] “카드로 계산하시면 3만3000원입니다.”

지난 주말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하던 대학생 박모(23ㆍ여) 씨는 판매원과 실갱이가 붙었다. “얼마냐”고 물었을 때는 3만원이라고 대답한 판매원이 막상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내밀자 3만3000원을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판매원은 “카드로 계산하면 부가세가 붙기 때문”이라며 “3만원짜리 옷을 사는데 카드로 사면 어쩌냐”며 오히려 면박을 줬다.

‘부르는 게 값’인 도심 지하상가에서 부가세를 빙자한 카드결제 거부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주들은 10만원 이하의 저렴한 물건을 팔다보니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데다 소비자들도 1만원 이하로 적은 금액을 더 내는 셈이라서 처음에는 불쾌해하지만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가세를 별도로 요구할 수 없는 최종지불가격표시제가 1년전에 도입됐지만, 아직도 영세한 지하상가 등에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는 하소연도 나오지만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모 지하상가로, 기사 내용과 직접 상관이 없음. [이상섭 [email protected]]

실제로 본지가 지난 주말을 이용해 인천 부평지하상가와 서울 종각역, 강남역의 지하상가를 돌아본 결과, 대다수의 업체에서 옷, 신발, 가방 등 많은 물품들이 처음 판매원이 제시한 가격과 카드를 내민 가격이 달랐다. 대개 10% 안팎의 부가세를 요구했다. ‘부가세 별도’라는 안내문을 버젓이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물건값 중 일부만 현금으로 내면 부가세도 조금 깎아주겠다”고 흥정을 하는가하면 “현금이 전혀 없다”는 손님에게는 인근의 현금인출기(ATM) 위치를 알려주며 돈을 뽑아오라고 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사실상 이는 불법이다. 1년전에 도입된 최종지불가격표시제는 별도의 부가세를 받을 수 없도록 못박았다. 대형 호텔 등은 지키고 있지만, 아직도 영세한 가게 등에선 부가세를 따로 받고 있는 것이다.

업주들은 하나같이 “카드로 계산하면 소득신고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손님에게 하소연했다. 서울 종각역 지하상가에서 의류업을 하는 이모(32ㆍ여) 씨는 “판매하는 물건 대부분이 1만~3만원대의 저가라 원가 빼고 나면 남는게 없다”며 “소매업자들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자들 사이에선 부가세별도와 같은 조건을 걸고 판매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은 셈”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는 뜻이다.

국세청도 이를 엄연한 불법으로 여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는 업소는 규모와 종류에 상관없이 카드를 거부하거나 카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소비자를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상가의 경우 물건의 가격이 워낙에 저렴해 10% 요금을 추가해도 큰 차이가 없어 대개의 소비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일쑤다. 특히 신고가 접수되는 사례도 많지 않아 이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이와 같은 피해 접수가 2000건이 넘었으며, 2010년 3567건, 2011년 4095건, 2012년 4863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신고는 많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카드를 결제할 때 금액에 부가세가 포함돼있는 데, 이처럼 부가세를 별도로 받는다는 것은 현금결제를 유도해 소득신고를 피해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전체 국민의 소득파악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소비자는 처음 물품을 구매할 때 견적서를 받아서 카드로 낼 때와 현금으로 낼 때의 차액이 기록되게 한 후 신고하면 적발시 차액만큼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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