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영원한 니꺼…문자받고 행복”

구름인기 부담되지만 많은 팬 생겨 큰 힘
‘응사’ 최고 팀워크…누가 해도 잘됐을 것
과격했던 나정이, 실제론 심성착한 노력파

“어딜 가나 사람들이 반겨준다. 이것이 캐릭터의 힘이고 드라마의 힘인 것 같다. 대중과 팬이 생긴 것 같다. 지지에 감사하다.”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역으로 한방에 뜬 배우 정우(33)는 “갑자기 사랑을 받아 당황스럽고 부담도 없지는 않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나갈 작정”이라면서 “물론 이 인기의 구름은 지나가겠지만, ‘응사’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저에게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의 단역으로 데뷔한 정우는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20여편에 출연했지만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인지도가 필요했다. 그 인지도가 이렇게 갑자기 생길 줄 놀랐다. 감사하는 마음에 사람들을 만나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한다.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역으로 한방에 뜬 배우 정우. [김명섭 [email protected]]

‘응사’의 인기가 왜 이토록 높았는지 물어봤더니 그는 “이 정도의 큰 사랑은 솔직히 이해가 안되지만 향수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시청자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서 “작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에피소드를 써주고,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그 안에서 재미있게 연기한 배우들,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정우가 맡았던 쓰레기는 멜로의 주인공이지만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멜로 주인공은 잘 생기기고 완벽한 부잣집 아들이다. 쓰레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순정만화에서 나온 인물이 아니라 방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볼펜이나 휴지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는 인물이다. 기대를 떨어뜨려놨다. 조금은 정상적인 모습이다.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의사는 아니고 수석 의대생이다.”

쓰레기는 나정(고아라)과 결국 사랑을 맺는다. 하지만 중간에 한 번 헤어진다. 헤어지는 이유도 뚜렷하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따진다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남녀의 이별 이유를 정확하게 찔러준다. 빈부격차 때문이거나, 큰 병에 걸렸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등등이지만 ‘응사’에서 쓰레기와 나정이 중간에 한 번 헤어지는 것은 직업과 상황이 부딪힌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좋았다.”

9살 어린 고아라와 연기호흡이 어땠냐고 물어봤다. 고아라는 정우와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힘든 신을 많이 찍었다.

“초반 과한 신은 스토리나 연출의 힘이 더 강한 것이었다. 고아라와는 다른 배우에 비해 대본 리딩을 많이 가졌다. 고아라가 진주 출신이지만 서울에 오래 살아 사투리 복원을 위한 리딩을 하며 어색한 억양을 고치며 자신감을 키웠다. 나도 그렇게 만들어나갔다.”

정우는 고아라에 대해 “심성이 착한 노력파”라며 “스타의 모습을 안 보이려고 노력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나를 정우오빠라고 불렀다. 가끔씩 ‘쓔레기’라고 하며 까불기도 하는데, 그런 게 몸에 밴 친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우는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동생이 나에게 고백할 때 설마 하며 덮으려 했지만 나도 나정을 이성으로 보고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칠봉(유연석)이 나정에게 고백하면서 삼각사랑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우는 “신원호 PD와의 작업이 너무 좋았다. 열려 있고 깨어 있는 분이었으며,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팀워크가 좋아 누가 출연해도 잘됐을 것”이라면서 “이우정 작가가 나에게 ‘고생했다. 쓰레기는 영원히 니거다. 잘 살려줘서 고맙다’고 보내준 문자가 인상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캐릭터건 작품이건 모두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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