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바라보는 남자PD와 여자출연자

SBS ‘짝’은 남녀의 연애심리를 보여주는 리얼 연애 다큐다. 기존의 짝짓기물이 1~2시간 정도 질문과 답변, 게임, 눈빛교환에 이어 이성을 선택하는 데 반해 ‘짝’은 ‘애정촌’이라는 야릇하게 표현된 문패를 건 공간에서 6박7일간 합숙을 통해 짝을 찾는다.

‘짝’은 초기에는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튀는 요소를 자주 활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편안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짝’은 세태를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젊은 남녀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이 나오고 남녀의 미묘한 기류까지 포착될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정서, 분위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점이 ‘짝’의 차별성이자 경쟁력이다.

인간은 이성끼리 있을 때에는 감정을 더욱 세밀하고, 예민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짝을 찾는 실전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짝’을 보고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성에게만 구애하는 초지일관형도 있고, 이 여자(남자), 저 여자(남자)를 다양하게 기웃거리는 탐색형도 있다. ‘밀당’하는 사람, 어장관리하는 사람, 이성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의자왕’ ‘의자녀’ 등 다양한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초지일관형도 다양하다. 틈만 나면 ‘그녀’ 곁에서 선물을 주거나 이벤트를 펼치는 사람도 있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질투의 감정을 보이며 ‘그녀’를 독차지하려는 호러물의 주인공도 있다. 

2년7개월간 ‘짝’을 연출한 남규홍 PD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연출을 맡고 있는 안교진 PD(42)와 지난해 10월 23일 방송된 애정촌 60기에 출연한 팝 아트 작가 조장은(31) 씨를 만나 ‘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순대국집 사장과 약사 두 남자의 애정공세를 받았던 조장은 씨는 순대국집 사장과 짝을 이뤘지만 지금은 교제하지 않고 있다. 이 기사를 쓰는 기자는 2년10개월간 ‘짝’을 한차례도 빼놓지 않고 본 ‘덕후’임을 고백한다.


=출연자들은 감정이 시청자들에 비해 진도가 훨씬 더 빠르다. 6박7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이성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은 일주일 사이에 저런 장면이 나올 수 있냐고 하지만, 모두 리얼이다. 조장은 씨가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 갔다 링거를 맞고 온 후 약봉투를 내밀고 “너 때문에 병원 같다 왔다”고 말한 것도 리얼이다. ‘짝’ 출연자들이 실제 부부가 1년 지내는 것보다 더 많이 함께 지낼 수도 있다.

=TV를 볼 때 “왜 저렇게 울지”라고 생각했지만 가서 보니 이해가 됐다. 오로지 그 부분에만 감정을 쏟는다. 한두 시간 데이트해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많은 감정의 곡선이 그려진다. 일상에서는 감정을 쓰기 위해 시동 거는 시간이 지나 마음이 움직이는 시간이 되려고 하면 안녕을 고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밤에도 대화하며 감정을 나누니 현실과 다르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하다 별 생각이 없어졌다.

=현장에서는 미세한 상황을 잘 모르지만, 리얼은 숨길 수 없다. 여러 각도에서 찍힌 여러 대의 카메라를 편집실에서 돌려보면 사람의 표정은 못 감춘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도시락을 들고 자신을 지나쳐가면 섭섭한 표정이 반드시 카메라에 잡힌다.


▶그곳은 부족사회 같다

=거기는 부족사회 같다. 경쟁심도 생긴다. 남자 한명이 여자 4명, 여자 한명이 남자 6명을 상대로 해서 짝을 정하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여기 오면 남자는 3일만 지나도 세상에 여자가 4명밖에 없다고 보일 것이다. 세상의 여자는 4명, 세상의 남자는 6명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부모님 때문에 못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사회는 관계에 신경을 쓰니까. 본인이 많이 오픈돼 있는데 부모가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송에서 더 즐기는 부모도 있다.

=나도 두 번 거절당한 후 세 번째에 나갔다. 아버지가 초반 누가 나가면 신상이 털리고, 그런 걸 우려하신 게 아닐까. 막상 나가자 재밌어 하셨다. 방송 나가고 다른 남자와 밥 먹으러 갔더니, 옆 사람이 계속 날 쳐다보다가 “부산 남자분과 잘 안됐어요”라고 물어봤다. 제 그림을 보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변화다.

=방송 나가고 2주간은 힘들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짝’이 이뤄지면 바로 결혼으로 간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선택을 했으면 밖에 나가서 알아본다는 뜻인데, 다 승낙한 것처럼 보더라.

=초반 그런 이미지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출연자들도 부담이 있을 것이다. 지상파에서 부모와 자식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서로 닮은 사람들이 가만이 있다 유전자 검사가 일치하니까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가족관계도 확인을 해야 저렇게 되더라. 내가 생각하는 ‘짝’은 바빠서 연애를 희생당하고 사는 현대인에게 연애행위에 집중하게 하고 그래서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결혼할 짝을 잡아주는 중개인이 아니다. 여기를 나가서도 충분한 만남을 통해 결혼할 수 있다.


▶최근 ‘짝’에 생긴 변화는?

=결혼연령층이 다시 어려지고 있다. 24~25세가 출연하면 전에는 장난이라고 했지만, 합리적일 수 있다. 그후 2~3년 연애하고 20대 후반에 결혼하면 계획적이 될 수 있다. 34세가 넘어가면 급해지더라.

=여성이 어려지면 남자도 어려져야 되는데, 남자는 일찍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다. ‘짝’에서 여자는 남자와 달리 나이 많은 여자와 세대 간 경쟁도 해야 한다. 남자가 스펙이 좋고, 여자는 약한데, 합친다고 평가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여자가 힘들다. 남자 A는 여자 A부터 D까지 만난다면 여자 A는 A 이상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짝‘을 연출하면서 재미있는 걸 발견한 적이 있다. 학습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방송에서 호감을 보인 사람의 전략을 사용하려는 점이다. 조장은 씨에게 밀어붙인 남자 2호가 파이팅하면 그후의 출연자들은 그런 남성의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하루 종일 생활하므로 가식적으로 멋있는 척해서 매력을 억지로 보여주는 게 불가능하고 진정성도 없다. 내 모습 그대로를 많이 보여주는 게 좋다. 나를 좋아하는 남자가 없어도, 10명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여자와도 한 방에서 7일간 생활하는 거다. 나랑 잘 맞는 사람과 끌리고 친해지는 과정이다. 그러니 경쟁, 쟁취보다는 자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는 이성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가올 거고, 거기 있는 사람을 알려고 많이 노력하면 그 시간이 알찰 것이다.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귀한 시간을 내 간 것이다. 학교 공부는 배울 수 있어도 연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없다. 그러니 좋은 기회다.

=부딪히고 만나봐야 한다. 사회에 가면 기회가 별로 없다. 공부를 많이 해도 관계에 서툰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자리 바로 앞에 앉아 보고 있는 남자도 그런 것이 아닐까.


▶돌싱특집은 ‘짝’과는 또 다른 프로그램

=돌싱특집은 캐릭터가 빨리 형성돼 PD 입장에서는 좋다. 미혼 남녀는 캐릭터인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돌싱은 애 키우는지의 유무와 어떻게 돌싱이 됐는지만 봐도 캐릭터가 잡힌다. 보다 현실적이고 표현이 빠르다. 애를 누가 키울 것인가 라는 질문이 바로 나온다. 초반에는 전 남편과 전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이런 이야기는 담지 않는다.

돌싱특집은 ‘짝’과 또 다른 프로라고 생각한다. 미혼남녀는 우리 연애해볼까인데, 돌싱은 결혼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사고방식이 있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요, 경험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돌싱의 인기? 나는 공감이 안돼 재미없다.

=남규홍 선배님이 강한 포맷으로 만들어 화제가 됐지만 3년이 다돼 가니까 강력한 포맷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며 전반적으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사랑을 표준화시키는 느낌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부모에게 남자가 통화해 “나이가 들어서 들어오니까 사랑이 잘 안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자막은 ‘좋은 짝을 만나는 게 효도’에서 ‘만나는 것도 효도’로 바꿨다. 개량한복 같은 옷만 입고 애정촌에서 생활할 수는 없다. 남녀가 데이트할 때는 자신이 준비한 옷을 입게 한다.

=울고 짜는 것보다 편안하게 공감되는 게 좋겠다. 나이가 60세가 되는 사람도 저렇게 여자에게 접근하면 안돼 하며 공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강력한 팬덤은 있지만,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 드라마를 수험생이 있는 가정만 보는 건 아니다. ‘짝’도 과거 경험에 바탕한 공감대가 중요한 것 같다. 반드시 울어야 센 게 아니고, 웃어야 재미있는 건 아니다. 울고 웃지 않아도 느낌이 오는 프로가 됐으면 좋겠다. 


서병기 [email protected]

사진=박해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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