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탱크’…다음 고지는 우승

무려 6타 줄이며 공동선두 불구
3년만의 우승 문턱서 아쉬운 패배

최경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준우승
8언더파 280타로 1타차 공동 2위
PGA 투어 시즌 기분 좋은 출발

우즈, 우승 텃밭서 컷탈락 이변
노승렬, 6언더파 282타 공동 10위

마지막날 무려 6타를 줄이며 공동선두로 일찌감치 경기를 마쳤다. “코스는 좋았고 오늘 내 플레이는 더 훌륭했다”며 자신의 경기에 만족감을 표했지만, 경쟁자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두 시간은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을 터였다. 결국 연장전을 눈 앞에 두고 경쟁자 중 한 명이 마지막홀에서 타수를 줄이는 바람에 통산 9승 꿈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최경주(44·SK텔레콤)가 3년 만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물러났다. 하지만 최근 2년 간의 부진을 시원하게 날린 날카로운 샷 감각과 퍼트 실력으로 ‘탱크’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최경주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 72·7569야드)에서 벌어진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61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적어낸 최경주는 다른 4명의 선수와 함께 공동선두에 오른 채 먼저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공동선두였던 스콧 스털링스(미국)가 18번홀(파 5)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컵을 가져갔다. 최경주는 그레이엄 델라에트(캐나다), 제이슨 데이·마크 레시먼(이상 호주), 팻 페레즈(미국)와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최경주는 지난 2011년 5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2년8개월 만에 통산 9승을 눈 앞에 뒀지만 한 타 차이로 아쉬움을 곱씹었다. 최경주의 PGA 투어 준우승은 2011년 7월 AT&T 내셔널 대회 이후 통산 5번째다. 톱 5에 입상하기는 2012년 1월 현대 토너먼트 챔피언십(공동 5위) 이후 2년 만이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자신의 우승 텃밭에서 컷탈락한 이변 속에 공동 27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이날 초반부터 무섭게 타수를 줄여갔다. 1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해 출발은 좋지 못했으나 3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4번홀(파 4)에서 두번째 아이언 샷을 핀 약 4m 옆에 붙여 두 홀 연속 버디를 낚았다. 자신감을 찾은 최경주는 6∼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적어내고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14번 홀까지 버디 3개를 보탠 최경주는 17번 홀(파 4)에서 보기로 주춤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 5)에서 그린 바깥 82m 지점에서 날린 샷을 핀 1m 옆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고 경기를 마쳤다.

이날 드라이브 정확도 64.29%를 기록한 최경주는 대회 기간 가장 높은 그린 적중률(77.78%)을 뽐냈다. 홀당 평균 퍼트 수도 1.5개로 막아 드라이브, 아이언샷, 퍼트에서 모두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2시간이나 일찍 라운딩을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관전한 최경주는 선두권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고 줄이는 대혼전 속에서도 공동선두 자리를 지키며 연장전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복병’ 스털링스의 뒷심에 결국 2위로 밀려났다. 스털링스는 18번 홀에서 0.7m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고 홀에 집어넣어 후반부까지 무려 6명이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린 ‘전쟁터’의 최종 승자가 됐다. 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챙긴 스털링스는 우승상금 109만 8000달러(약 12억원)와 페덱스컵 랭킹 포인트 500점을 챙겼다.

노승렬(23·나이키골프)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엮어 3타를 줄이며 공동 10위로 선전했고, 배상문(28·캘러웨이)과 양용은(42·KB금융)은 나란히 2언더파 286타, 공동 28위에 올랐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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