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더 이상 확산없다더니…방역망 뚫렸다

지난주 말에만 모두 6건의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지역도 충남 천안까지 북상했다. 지난 21일 4차 신고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확산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정부의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전염이 빠르다는 닭에서도 고병원성 AI가 검출됐고, 경기 화성시 시화호에서 발견된 야생철새 분변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면서 정부의 AI 방역망이 사실상 뚫렸다.

▶AI, 철새 따라 전국 확산 조짐=이번에도 잠복기(최대 21일)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종오리농장에서 AI가 발견된 지 8일 만인 24일부터 각지에서 추가 신고가 들어왔다. 5차 신고지인 충남 부여군 홍산면 농가에서는 이번 AI 발생 이후 처음으로 닭(종계)이 고병원성 H5N8으로 확진됐다.

▶스탠드스틸, 해제 7일 만에 재발동=AI가 잠복기를 거쳐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AI 원인으로 철새를 지목해놓고도 철새의 이동은 통제할 수 없다며 농가 방역에만 초점을 뒀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철새 도래지에서 속속 AI가 발견되자 뒤늦게 철새 방역대를 설정하고 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AI 발병 초기 닭에서 AI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닭농가의 경우 오리농가보다 규모가 더 크고 방역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오판했다. 때문에 살처분 범위를 기존 오염지역인 500m에서 위험지역인 3㎞까지 확대할 때도 닭은 제외했다. 닭의 경우 전염병을 퍼뜨리는 속도가 오리에 비해 더 빠르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다시 스탠드스틸(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다. 더이상 AI의 수평 이동 가능성은 낮다며 해체한 지 7일 만이다.

이번 스탠드스틸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이며, 지역은 경기도와 충청남북도ㆍ대전광역시ㆍ세종특별자치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어제 밤 11시가 넘어 다급하게 스탠드스틸이 결정됐다. 이동중지 대상인 축산종사자는 약 23만명이다. 대상시설은 1만5000곳, 차량은 2만5000대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43개 농장 64만4000마리가 살처분이 완료됐고, 향후 27개 농장 81만3000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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