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FOMC회의서 작별인사 고하는 헬리콥터 벤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벤 버냉키 의장이 8년간의 재임기간을 마무리짓고 작별인사를 고한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이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붙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달 말 8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버냉키 의장은 2006년 취임해 2010년 연임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조지 W 부시에서 버락 오바마로 바뀌었지만 ‘세계 경제대통령’은 버냉키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미국 월가를 강타한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한가운데서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만한 위기의 해결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냉키의 지난 8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경제 회생을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중앙은행의 역할에 의문을 남겼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중앙은행장 롤모델=분명 미국 경제 회복은 버냉키의 ‘전리품’이다. 버냉키는 지난 5년간 3조달러에 달하는 대대적 양적완화를 단행해 미국을 ‘침체의 덫’에서 구원했다. 이 때문에 FT는 버냉키가 “현대 중앙은행 총재의 모델”이라고 추켜세웠다.

버냉키 시대 Fed는 투명성과 책임감 있는 기관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말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처음 설정한 것은 중앙은행의 막강한 힘을 보다 합법적이고 효과적으로 승격시켰다고 평가된다. 

선제안내를 강화한 점도 높이 사는 대목이다. 버냉키 의장은 1914년 Fed 출범 이후 97년간 유지된 Fed의 ‘비밀주의’를 깨고 2011년 4월부터 정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Fed는 달랑 한 장짜리 성명을 내놓으면서 ‘비밀의 사원(secret temple)’으로 불렸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을 도입해 미국의 정책금리의 향방과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로드맵 등을 직접 설명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버냉키의 과오는?=그러나 버냉키에게도 과오는 있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원죄를 씻지 못한다. 버냉키는 주택 및 금융의 거품이 만들어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금융정책에 참여하고 2005년에는 주택가격 우려를 대통령에게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위험이 금융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는 연쇄 위험은 경고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번지고 있다. FT는 “인플레 목표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을 어디까지 조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정책인 ‘매크로 프루덴셜 정책’을 가동해야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부실한 금융시스템은 여전한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관리 감독은 확실히 강화됐지만 본질적으로 현 금융시스템이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 정부가 “더이상의 은행권 구제는 없다”고 선언한 것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버냉키가 분명 가장 중요한 Fed 의장 중 한 명”이라면서도 “세계 경제를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막대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새롭고 빛나는 국제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또 그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분별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고 꼬집었다.

천예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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