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경품 타려면 개인정보 내놔라?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강모(45) 씨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자동차를 주는 경품행사를 보고 혀를 찼다. 강 씨는 “예전에 무심코 응모했다가 보험사로부터 전화를 몇 번 받은 뒤로 저런 경품행사만 봐도 짜증이 난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전 국민이 불안한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사를 이렇게 버젓이 하고 있다니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카드사 1억건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대형마트의 경품행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는 자동차,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고가 경품행사는 보통 보험사 등 다른 업체들과 손을 잡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텔레마케팅을 위한 개인정보가 필요한 회사들이 경품 비용을 대고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것이다. 


이런 경품행사에 응모하려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과 취급위탁에 대해 모두 동의해야 한다.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마트가 경품을 미끼로 한 개인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

홈플러스는 78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2캐럿을 1등 경품으로 내건 ‘2014 경품대축제-홈플러스에서 다이아몬드가 내린다’ 이벤트를 다음달 9일까지 진행한다.

홈플러스가 주관사인 이벤트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나와 있지만 미동의 시 응모가 되지 않는다. 이 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는 무려 12곳의 보험사에 제공된다.

홈플러스는 인터넷 쇼핑몰에 ‘홈플러스는 이벤트 진행 등을 위해 유선을 통한 고객 비밀번호, PIN번호 등을 절대 수집하지 않으니 유의해 달라’는 팝업창을 띄우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수집은 여전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7일 오후 홈플러스 서울 문래점에 비치된 응모함 안에는 이미 응모권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날 응모대에서 만난 주부 김윤정(51) 씨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체크하는 것이 워낙 자주하는 일이라 별 생각 없이 응모했는데 내 정보가 12곳이나 되는 곳에 흘러가는지 몰랐다”며 놀랐다. 


다른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신한생명보험과 함께 K3와 아반떼 중 한 대를 1등 경품으로 내건 ‘2014 새해맞이 이벤트 福’ 경품행사를 이달 2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진행 중이다. 2등은 자동차 모닝, 3등은 골드바 20돈 등이 경품으로 주어진다.

이 경품행사에 응모하면 ‘성명, 성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 롯데마트 이용지점, 거주지역, 직업, 자녀 유무, 가입보험상품’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모두 신한생명보험과 롯데손해보험으로 넘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제휴 마케팅은 그간 업계에서 일반적인 일이었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커진다면 추후에는 이런 이벤트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수도 있다”며 “현장에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안내를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금융사들의 전화, 문자메시지(SMS), e-메일을 통한 대출 권유 및 모집 행위를 오는 3월까지 금지한다. 이에 따르면 마트 경품행사 등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로 마케팅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향후 마트와 보험사의 제휴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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