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딱하지만 죄를 지었으니…

지난해 6월 피해자 A 씨에게 “딸의 치료비가 부족하니 5000만원을 빌려주면 이른 시일 내에 갚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총 5000여만원을 받고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B(55) 씨. 아내 C(57) 씨 역시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데 상복이 없으니 백화점에서 카드 결제를 해 달라”며 A 씨 남편의 신용카드로 약 250만원을 결제하고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부부에게는 투병 중인 딸이 있었다. 딸 D(28) 씨는 2012년 5월 설암 4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딸은 최근 암이 폐와 뼈로까지 전이돼 의학적으로는 더는 손을 볼 수 없어 지난 25일 퇴원했다. 이들의 사기 혐의는 분명했지만 실형이 선고되면 딸이 마지막을 부모와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이 재판부의 고민이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오원찬 판사는 이날 B 씨에게 실형인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아내 C 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오 판사는 “암 투병하는 딸을 둔 아빠를 구속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는 명백하지만 손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없고, 아내와 함께 성매매 업소를 운영할 때 사기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민상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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