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 1997년 데자뷰 우려… 취약한 펀더멘털 때문

‘신흥국 시장 어게인(again) 1997, 채권투자와 상장지수펀드(ETF) 때문(?)’

올들어 신흥국 시장이 다시 요동치면서,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1997년 외환위기 데자뷰(deja vu)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순환의 원인으로 취약한 펀더멘털 등을 지목했다.

도미닉 로시 피델리티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신흥국 시장의 동반 급락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 오버랩된다”며 “옛날 영화를 반복해 보는 듯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아르헨티나까지 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거론되며 위기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취약한 펀더멘털▷직접투자보다 채권을 통한 간접투자▷ETF같은 유동성 높은 금융상품의 인기가 반복적인 신흥국 시장 요동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신흥국 제조업, 서비스업, 인수합병(M&A). 주식 및 채권시장 등에 대한 직접투자는 7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국 채권시장은 1993년 4220억달러에서 10조달러 규모로 크게 늘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신흥국 채권 및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자금은 4120억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ETF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신흥국 시장 ETF인 EPFR 글로벌의 경우 자금 규모가 3000억달러로 지난 2008년 이래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손쉬운 자금유출을 불러왔고, 올들어 빠져나간 자금 순유출 41억2000만달러 중 절반 이상인 25억달러가 ETF 상품에서 나왔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드 베레의 톰 엘리엇 투자전략가는 “최근 몇 년간 ETF가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으나 이번엔 자금 썰물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이후 회사채 발행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안한 심리의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펀드에서 자금을 뺄 경우 자산운용사는 대규모 회사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개선됐으나 아직도 외풍에 대한 면역시스템은 취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의 행동 변화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국 인프라가 향상됐고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이 어느 한 곳에서 공격적 매도가 나올 경우 신흥국시장 전반에 대해 ‘팔자’로 일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투자자들이 국가별로 펀더멘털을 평가해 차별화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평가나 차별화가 사라지고 무작정 팔기에 나선다는 것. 이번 시장 패닉 역시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신흥국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신흥국 시장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존 히긴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시장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금융위기를 논하는 것은 아직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Fed의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으나 신흥국 채권 펀드 순매도 등을 비교하면 지난해 여름과 같은 대량의 현금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영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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