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닭 매출은 반토막 났는데 값은 올라…2008년 학습효과?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계육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오리와 닭 등 계육 매출은 많게는 반 토막이 났다. 고병원성 AI에 대한 우려감에 소비가 부쩍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육 시세는 역설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는 기존의 전통 경제학 법칙이 AI 사태 앞에서 무기력해진 것이다.

▶AI의 역설…매출은 반 토막 났는데 값은 올라=AI가 오리에서 닭으로, 그리고 전북지역에서 경기도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오리와 닭 등 계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었다.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직후인 지난 17일부터 현재까지(26일 기준) 닭은 13%, 오리는 무려 43.8% 매출이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닭과 오리 매출이 각각 5.2%, 20.2% 줄었다.

특히 이마트에 따르면 AI 확전의 중대 고비로 꼽혔던 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닭 매출은 22%가 줄었으며, 오리 매출은 70%나 뚝 떨어졌다. AI 발생 초기인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닭과 오리 매출이 2주 전에 비해 각각 10%가량 줄어든 것에 비하면 매출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계육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확연하게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수요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육 값은 오히려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AI의 피해가 부여 원종계(씨닭) 농가에까지 미침에 따라 계육류 값의 가파른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닭의 경우 전주에 ㎏당 18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1900원대로 올랐다”며 “오리도 ㎏당 6900원에서 현재는 8000원대로 크게 올랐으며, 향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닭의 시세는 지난달 ㎏당 1690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주에 179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주 들어선 1990원으로 크게 올랐다. 불과 1주일 사이에 11.17% 올랐다. 오리의 경우에도 지난달 3㎏당 5400원에서 지난주 6000원, 이번주 들어선 6500원으로 올랐다. 

AI가 전국으로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 마트등 시장에서 닭, 오리등 육계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공급 감소 우려에 가격은 상승하고있다. [윤병찬기자/[email protected]]

▶2008년판 학습효과 때문?=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당시 계육의 매출과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이 같은 수요와 가격의 불일치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2008년 4월 계육류의 매출은 전월에 비해 74.1% 수준에 그쳤으며, 두 달째인 5월엔 55.7%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가격은 4월 5680원에서 6월엔 6100원으로 7.39% 뛰어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하락하는 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를 기록하는 것은 계육류에 대한 살처분으로 공급이 크게 줄기 때문”이라며 “올해의 경우엔 2008년 당시 학습효과 때문에 가격 오름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AI가 더욱 본격화될 경우 계란값도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란계의 살처분으로 계란 공급이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AI가 한번 발생하면 계육류의 살처분으로 닭이나 계란 값이 크게 올랐다가, AI가 진정되면 생산량 감소를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수를 크게 늘리면서 계육류의 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가격 출렁폭이 커지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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