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 용적률 안 올려준다는데 박수치는 재건축 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용적률 상향은 곧 ‘돈’입니다.

용적률 상향을 받아 건물을 높이 올릴수록 이 사업 주체인 조합은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합은 대부분 용적률을 올려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서울시 등 지방자체단체들은 그동안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임대주택을 짓게 했습니다. 올려준 용적률의 절반어치만큼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올려줬지요. 조합들은 넙죽 이 조건을 받았고요.

그런데 정부가 앞으로는 임대주택 건립 조건 없이도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려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조건없이, 지자체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려줄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통과된 겁니다.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 건설공사 현장.

재개발ㆍ재건축조합에서 이 소식을 듣고 일제히 잔치가 벌어졌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단지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고, 다른 재건축단지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도정법 개정안 부칙에서 ‘향후 처음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는 단서조항 때문이었습니다.

한 단지는 지금껏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않아 수혜단지가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다른 단지는 수 년전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한 적이 있어 비수혜단지가 될 거라는 절망감에 불만과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아직 안 한 A단지는 이미 신청한 B단지보다 원래 집값이 좀 낮았는데 이 조치로 하루아침에 B단지를 넘어설 거라는 기대감마저 생겼습니다.

B단지 재건축조합 인터넷 게시판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시물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의 도정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상황이 역전된 겁니다.

이번엔 A단지에서 한숨이, B단지에서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정부를 대상으로 민원을 넣고 시위까지 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B단지는 “이제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며 잠잠해졌습니다.

“용적률 안 올려준다”는 서울시 발표에 재건축조합이 오히려 박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처럼, 내 아파트 용적률은 안 올라가고 남 아파트 용적률은 올라가는 상황보다는 나와 남 아파트 용적률 모두 그대로 유지되는 편이 나았던 겁니다.

때로는 ‘돈’이나 ‘수익성’과 직결되는 용적률이 이렇게 외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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