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 피의자 – 증인, 얼굴 보지않고 대질심문 한다

檢 ‘비대면 진술녹화실’ 신설 방침
보복 우려 증언거부 부작용 방지
신분노출 막아 효율적 수사 기대

# “아니, 무슨 돈 말입니까? 저 아무 돈도 안 받았어요. 전 깨끗합니다.”

뇌물 사건을 조사하는 김모 수사관. 그 앞에 선 피의자는 당당했다. 얼마나 성실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는데 누가 나를 모함하고 있다는 식이다. 난감해하는 수사관의 귀로 헤드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사관님, 피의자에게 그날 노란 봉투에 든 돈을 받아 사무실에 와서 두 번째 서랍에 넣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세요.”

“혹시 그날 노란 봉투로 돈을 받아 두 번째 서랍에 넣지 않으셨습니까?”

“………. 조사관님, 그날 사무실에 계셨어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피해자 혹은 증인과 피의자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으면서도 대질심문(양쪽의 진술이 엇갈릴 때 서로 한 장소에 모여 조사관이 심문하는 것)을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동안에는 대질심문을 위해선 피의자와 피해자 혹은 증인이 한자리에 모여 진술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나 증인이 가해자에게 노출돼 보복 범죄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컸으며, 심리적 압박을 느낀 이들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28일 헤럴드경제의 취재 결과,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은 계속되는 보복 범죄를 막고 소환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비대면 진술녹화실’을 올해 3월까지 전국 각 일선 검찰청에 설치하고 시험 운영을 거쳐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질심문은 수사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릴 경우 진술의 진위를 곧바로 가릴 수 있는 좋은 심문법이다. 하지만 성범죄나 조직폭력 범죄 등 피해자가 피의자와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경우, 증인이 보복 범죄에 따른 두려움으로 대질을 거부할 경우, 혹은 내부 고발 사건 등으로 증인을 보호해야 할 경우 등에는 대질심문을 포기하고 교차심문(피해자나 증인을 조사한 이후 피의자를 불러 심문하는 방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조사가 이중 삼중으로 진행되거나 피의자의 거짓 진술 등으로 인해 조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으며, 대질심문 과정에서 증인이나 신고자가 노출돼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비대면 대질심문이 이뤄질 경우 피의자와 조사관은 진술녹화실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마이크를 통해 진술녹화실 밖에 마련된 별도의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듣게 된다. 피해자나 증인은 이 장소에 대기하면서 둘의 진술을 듣다가 자신이 아는 내용과 다르거나 피의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자신이 아는 내용을 조사관에게 헤드폰 등을 통해 은밀하게 전달한다. 조사관은 헤드폰으로 전달된 내용으로 추가 조사를 해 진술의 진위를 가리게 된다.

대검 관계자는 “그간 증인이 신분 노출을 꺼리며 대질심문을 거부하거나 성범죄 등 강력 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 제대로 증언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또 소말리아 해적들 심문 당시 통역관들이 해적들과 한방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 경우도 있었다”며 “진술녹화실을 통한 비대면 대질심문이 이뤄질 경우 보복 범죄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로우면서도 효율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향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원격으로 대질심문을 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청주지검 진술녹화실에서 조사관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가운데, 피해자나 증인은 주거지 인근인 대구지검에서 이를 듣고 답을 하는 식이다.

한편 대질심문, 공소장을 통한 피해자 신분 노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복 범죄는 2009년 160건에서 2012년 310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한 바 있다.

김재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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