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전쟁통인가… 말끝마다 ‘세계대전’ 언급되는 1월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1월은 ‘세계대전’이 수차례 언급된 한 달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부터 저명한 경제학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톰 퍼킨스 등이 1, 2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수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로서는 끔찍한 경험. 이들은 세계대전이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키고 이를 현실과 접목시키면서 현 상황이 결코 적절하지 않음을 강조하고자 이같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2차세계대전 나치의 홀로코스트… 너무 강한 표현은 반발만 불러=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톰 퍼킨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국에 보낸 편지에서 부유층을 나치의 인종청소에 학대받는 유태인으로 묘사했다.

그는 “이런 진보적 사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것이며, 나치 독일이 전쟁기간 동안 1%의 유태인들에게 행했던 연장선처럼 미국의 1%인 부유층이 진보적인 전쟁에서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생각이 이렇게 옮겨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1930년대 크리스탈나흐트(나치의 첫 유대인 학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며,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진보적인’ 인종차별주의적 구습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 “나치가 인종적 악마화였다면 지금은 계층적 악마화”라고 덧붙였다.

벤처 캐피탈리스트 톰 퍼킨스.

그러나 지지를 받을 줄 알았던 퍼킨스의 생각은 대다수 경제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동료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트위터를 통해 “톰 퍼킨스에 대해 대단히 불쾌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퍼킨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클라이너 퍼킨스 커필드 & 바이어스(KPCB) 측은 “그가 몇 년 동안 KPCB에 몸 담은 적이 없다”며 “우리는 그가 WSJ에서 밝힌 관점에 충격을 받았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차 세계대전의 망령, 아베의 망언과 루비니 교수의 선동적 발언=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해 현재의 중-일 갈등이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의 갈등 양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교전문 칼럼니스트 기디언 라크먼이 “중-일 사이에 전쟁이 가능하냐”고 묻자 “1차 대전 전 영국과 독일은 현재의 중국과 일본처럼 강력한 경쟁관계였지만 1914년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이에 FT는 24일자 사설을 통해 논란이 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오싹할 만큼 선동적이라며 갈등 유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중일전쟁 발발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란 비난도 잇따랐다.

WEF에 참석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 역시 “포럼에 참여한 많은 연사들이 올해를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1914년과 비교하고 있다”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 당시에도 전쟁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는데 과연 중일전쟁이 ‘블랙스완’(검은백조)가 될까”라고 밝혔다. 블랙스완은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례를 가리키는 말로,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의미한다.

▶세계대전 언급되는 이유는…=최근 세계대전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시기적인 요인이 강하다.

1945년 1월 27일은 2차 세계대전이 종반에 다다르며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포로수용소가 해방되던 날이다. 그 전까지 나치 독일은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600만 명에 이르는 유태인을 학살했다.

이 즈음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자주 거론된 것도 이날을 기리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27일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은 헝가리가 독일에 점령됐던 1944년 나치에 협력한 헝가리 당국이 독일의 유태인 강제 이주와 격리에 협력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1914년 1차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사라예보 사건의 주역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조피. [사진=위키피디아]

1차 세계대전은 올해 정확히 100주년을 맞는다.

유럽 각국에서는 1차 세계대전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주요 격전지들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패전국인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 관련 서적과 회고록이 출간되며 영국에선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기념관 건설 및 각종 행사를 준비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오는 8월 열리는 기념식에 함께 참여할 예정이기도 하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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