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홍석희> ‘4억짜리’ 강창희 기념판?

오는 2월 3일 국회에선 큰 행사가 예정돼 있다. 세간에선 ‘난투극의 현장’으로 알려진 국회의 중앙, 로텐더홀에 서 있는 이승만ㆍ신익희 동상 뒤에 제헌국회를 상징하는 두 개의 큰 청동 조형물에 대한 ‘막을 걷는 행사(제막식)’다. 본회가 끝난 다음엔 국회의원 전원이 모여 단체 기념사진도 찍는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는 것은 제헌국회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강창희 국회의장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장은 지난 2012년 7월 17일 제헌절 행사에서 “제헌국회의 업적을 기릴 만한 기념물이 없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른 후속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년6개월여간 진행된 작업이 오는 2월 임시국회 첫날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국회 이곳저곳엔 역대 정치인들의 족적이 많이 남아 있다. 국회 정원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합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이재형 전 국회의장은 금강송 10여 그루를 심어 본인의 이름을 남겼다. 국회 본청 안내실 정면에는 정일권 전 의장의 글이 거대한 석판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족적을 남기는 곳 어디에나 돈이 들어가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엔 언제난 잡음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이 국회에 남기는 ‘족적’의 액수가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때다. 박 전 의장은 국회 의원동산에 50억여원을 들여 ‘사랑재’를 지어 현재 내외빈들을 맞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강 의장의 ‘치적’도 만만치 않다. ‘호화 청사’ 논란을 빚었던 국회 2의원회관(2200억원대)이 강 의장 재임 시절 완공됐고, 강원도 고성에는 수영장까지 갖춘 국회 의정연수원(500억원대)이 올해 4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다 이번에 4억2200만원짜리 청동 부조물까지 로텐더홀에 설치된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의 인사다. 한 해 영수증이 필요 없는 돈 13억원을 사용할 수 있고, 방에 딸린 식구 수도 12명이나 된다. 보기에 따라 ‘4억원이면 액수가 큰 게 아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의장(박희태)이 약속했던 국회 청소용역 아줌마ㆍ아저씨들의 직고용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수억원대 조형물 설치는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홍성희 정치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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