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새’ 된 철새 두번 죽다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바람밑에서 놀고/겨울이 오고/겨울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김태준 작 ‘철새’ 중)

철새는 겨울철 귀한 손님으로 여겨진다. 한겨울 철새떼의 군무 광경은 볼 때마다 새롭고, 그 순간의 감동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아름답지만 왠지 모를 슬픔과 처연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철새가 수모를 겪는 일도 없을 것이다. 최근 전북 고창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생 철새에 의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전염병을 옮긴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아름다운 군무를 펼친 자리마다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은 아닌지 오히려 걱정을 한다.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한순간에 유해동물로 전락한 것과 마찬가지다. 철새가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지난 겨울 전국 곳곳에 찾아온 겨울철새는 209종 총 113만3394마리에 달한다.



▶가창오리, 보호 철새에서 전염병 매개체로
=이번 AI 파문으로 가장 유명(?)해진 것이 가창오리다. 고병원성 H5N8 바이러스 전파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수꿩 장끼나 청둥오리와 마찬가지로 가창오리도 수컷의 외관이 암컷보다 훨씬 화려하다. 특히 양쪽 뺨의 황색과 녹색의 태극문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틴어 학명(Anas formosa)도 아름다운 오리라는 뜻이다.

우리말 이름 ‘가창’은 뺨에 태극무늬가 있어 둥글다는 뜻의 일본어가 결합된 것이라거나, 그 모습이 유리처럼 예쁘다고 해서 지어졌다고 전해지지만 확실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창오리는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는 철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34만8319마리가 한국을 다녀갔다. 봄과 가을 한국을 거쳐 가는 철새다. 4~7월 한 배에 6~9개의 알을 낳는데, 알을 품는 기간은 약 26일이며 암컷이 품는다.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세계적 희귀조로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돼 전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겨울에는 주간에 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야간에 주변의 농경지로 날아가 벼 낱알을 주로 먹으며, 월동지에서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일몰 직후 야간에 먹이를 먹으려고 무리 전체가 비상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큰기러기, 물닭은 어떤 새?=가창오리에 이어 H5N8 고병원성이 확진된 철새는 큰기러기다. 큰기러기는 몸길이 85㎝ 정도의 대형 기러기로 유라시아 대륙 및 아시아 북쪽에서 번식하며, 한국에서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평야지대, 강, 대규모 저수지 등에서 벼 낱알 등을 먹으며 가족단위로 무리를 이룬다. 이동할 때 줄지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큰기러기 역시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에는 매년 평균 3만마리 이상이 지속적으로 도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는 해마다 5만여마리가 넘는 큰 기러기가 관찰되고 있다.

국내 주요 도래지는 한강,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등 대규모 저수지를 비롯해 해안가 및 간척지 등 전국에 비교적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폐사체가 발견된 물닭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물닭은 몸길이 40㎝ 정도로 몸 전체가 검고 통통하며 부리가 흰색이다. 이름과 달리 닭이랑은 별 상관없는 두루미목 뜸부기과의 조류다. 다만 물 근처에 살고 외양이 닭과 비슷해 물닭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주로 흔한 겨울철새로 도래해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강, 호수, 저수지 등 내륙습지에 서식하며 특히 낙동강하구, 북한강, 양수리, 경안천 등지에서 상당수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먹이는 곤충, 작은 물고기, 식물의 줄기 등이다.

최근 5년간 해마다 1만마리 이상이 지속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안산 시화호 인근, 서산 천수만지구, 고창 동림저수지 등에서 관찰됐다.

하남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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