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 민심, 잡으려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는 ‘불청객’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찾아온 데다 신흥국들의 경제위기 파장이 심상치 않아 귀성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골이다. 가계 부채에 짓눌린 가장들의 어깨는 처져있고,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짙다. 고향집 부모 형제들은 이런 아들과 딸, 손자와 조카를 따스하게 보듬으며 다시 세상과 맞설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설을 맞으며 삶의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거듭 헤아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우선 안타까운 것은 AI 여파로 아예 귀성을 포기하거나 고향을 찾더라도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태세가 돼 있다. 이를 생각해서라도 정치권은 AI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설 연휴에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치권의 바닥 민심 잡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박근혜정부 2년차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민심은 강제로 붙들려 하면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마련이다. 반면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모여들게 돼 있다.

‘민생투어’ , ‘국민행복’ 등 그럴싸한 명분으로 상대방을 흠집내는 기존의 이전투구식 싸움을 재연한다면 민심은 가차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명절에 지역구에 내려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먹고 살기 힘들다. 제발 싸움 좀 그만하고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 아닌가. 입으로는 “민생, 민생” 하면서 정작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뒷전으로 미루다 결국 해를 넘긴 게 누군인가. 설 연휴가 지난 뒤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생과 관련한 화급한 숙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외면하고 포퓰리즘과 정쟁을 일삼았던 무능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경제위기에서 볼 수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는 민심을 있는 그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려 한 탓이다. 이번 설이 정치권의 이런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촉구한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민심을 바로 읽은 쪽에 주어지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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