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AI 유탄 맞은 주부들 “소고기없이 제사 지낼 수도 없고…”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주부들이 유탄을 맞았다. 한우고기 값이 들썩이면서 차례상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가 하면 축산농가의 이동중지명령에 따라 팔자에도 없는 귀경ㆍ귀성 행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30일)을 12일 앞둔 이달 18일의 평균 한우고기 도매가는 1만4157원(1㎏ 기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1월29일ㆍ1만2297원)보다 15.1%나 오른 것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한우 선물세트의 가격도 일제히 뛰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3개 주요 백화점과 4개 대형마트가 판매 중인 한우 갈비세트의 평균 가격(16, 17일 기준)은 지난해보다 3% 오른 6만9230원으로 집계됐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오리고기, 닭고기의 소비가 급감하고, 일본 방사능 오염 문제로 해산물 소비도 줄어들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요가 늘어 값이 오른 것이다.

집에서 차례를 준비하고 있는 주부 이모(61)씨는 “차례상을 보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가 소고기 값이 너무 비싸 깜짝 놀랐다”며 “그렇다고 제사상에 소고기 산적이나 국을 안 올릴수도 없고 해서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시댁이 오리농장을 하고 있는 주부 신모(53)씨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전에는 시댁 식구들이 서울 큰집에 올라와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귀성ㆍ귀경 전쟁은 ‘남의 일’이었는데 이번엔 AI에 따른 축산관계자의 스탠드스틸(이동중지명령)로 꼼짝없이 내려가야 하게 된 것이다. 신씨는 “과거 시댁 본가에서 제사 지낼때 도로에서 7시간씩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끔찍하다”며 “큰아주버님 댁이 제사를 받은 6년전부터는 귀경ㆍ귀성 전쟁에서 해방됐는데 이번엔 꼼짝없이 내려갈 판이다”고 하소연했다.

AI를 핑계로 친정에 가지 않겠다는 남편과 싸운 주부도 있다.

장모(37)씨는 “원래 명절 전날과 당일 오전은 시댁에, 당일 오후와 다음날은 친정에 다녀왔는데 이번에 친정이 있는 평택에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며 남편이 가지말자고 한다”며 “축산농가도 아닌데 엄한 AI 핑계대며 친정에 가지 말자는 남편을 보면 아직 철이 덜 든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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