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이터> 작은 섬나라에 외국인 돈뭉치가 몰리는 이유는?

버진아일랜드 FDI 99조원 ‘세계 4위’
세금 적어 다국적 기업 금고 역할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은….’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이 흘러들었다. 조세를 피해 숨어드는 부패정치인과 다국적 기업이 늘면서, 인도와 브라질에 유입된 FDI 자금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많은 돈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로 몰린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28일(현지시간) 유엔 직속기구인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글로벌 투자동향’ 보고서 분석을 통해, 지난해 버진아일랜드에 유입된 FDI가 920억달러(약 99조1760억원)에 달해 FDI규모 세계 4위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3위를 차지한 러시아(940억달러)와 불과 20억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며, 지난해 브라질과 인도의 FDI 총합보다도 높은 것이다. 브라질과 인도에 대한 FDI는 지난해 각각 630억달러(약 68조원), 280억달러(약 30조1840억원)를 기록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세금이 적고, 규제가 거의 없어 조세피난처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현재 최소 12만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중국 고위층 친인척들이 이곳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최대 4조달러(약 4312조원)를 빼돌렸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버진아일랜드에 FDI가 집중된 것도 조세를 피해 버진아일랜드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다른 나라의 FDI가 초국적 기업 간의 인수나 해외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것과 달리 버진아일랜드의 FDI는 단기간의 유출입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잔 UNCTAD 투자ㆍ사업부문 대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는 다국적기업의 금고 역할을 하는 금융 기업들이 일부 포진해있다”며 “다국적기업들은 세율이 높은 국가에 있는 계열사의 수입을 버진아일랜드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경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기업의 조세회피 규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버진아일랜드의 FDI 유입액은 전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편 지난해 전 세계 FDI는 2012년보다 11% 증가한 1조4600억달러(약 1573조88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FDI 1위는 미국으로 총 1590억달러(약 171조4020억원)였으며, 총 1270억달러(약 137조원)가 유입된 중국이 뒤를 이었다.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전체의 52%인 7059억 달러로 신기록을 세웠으며, 지역적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가 증가세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가 몰린 지역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은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보다 두 배 정도로 많은 신규투자를 유치,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강승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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