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후폭풍…설 앞두고 동네 슈퍼에서 닭이 사라졌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주부 김모 씨는 지난 28일 동네 슈퍼에 닭을 사러 갔다가 헛걸음을 해야 했다. 평소에는 흔하게 보이던 닭이 사라진 것. 김 씨는 결국 버스를 타고 대형마트에까지 가서야 제수용 닭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벌써부터 일부 시장에선 닭의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등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수요가 반 토막 나고 공급이 달리는 이중고 조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29일 우리나라 최대 민속 5일 장터인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조류독감으로 닭장이 비어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동네 슈퍼에서 닭이 사라졌다고?=유통업계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일부 동네 슈퍼에선 닭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동중지명령으로 닭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멈춰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중지명령이 호남 지역에 이어 경기와 충청권 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소규모 동네 슈퍼의 경우엔 물량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한다.

AI가 급속히 확산되자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호남지역에 이어 지난 27일 경기와 충청권 등 전국 5곳에 축산인과 관련 종사자 23만여명, 차량 2만5000여대의 이동을 일시 제한했다. 지난 19일 호남지역에 48시간 실시했던 1차 발령 당시 출하지연으로 인한 농가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엔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만 실시됐지만, 1차 발령 때와 마찬가지로 닭의 출하지연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엔 전국에서 닭을 공급받기 때문에 아직 수급 불일치 현상이 빚어지지 않고는 있지만 규모가 작은 동네 슈퍼의 경우엔 일시적으로 닭의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빚어졌다”며 “AI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본격 확산되면서 닭의 대량 살처분으로 이어질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AI가 전국적으로 발발했을 당시 살처분으로 인해 일부 시장의 경우 닭의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빚어졌다.

▶닭에 계란, 병아리까지…1년 변동폭 커진다=문제는 AI가 한번 발생하면 닭은 물론 계란, 병아리까지 시장이 마비되는 현상이 1년여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그 뒤엔 가격상승으로 계육농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격은 반대로 끝없이 추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

‘AI 확산→살처분→공급량 감소’의 1차 파동이 약 3~4개월간 지속되고, AI가 진정된 뒤엔 ‘수요 증가→가격 상승→계육농가 증가→가격 하락’의 2차 파동이 약 6~7개월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닭의 시세는 지난달 ㎏당 1690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주에 179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주 들어선 1990원으로 크게 올랐다. 불과 1주일 사이에 11.17% 올랐다. 오리의 경우에도 지난달 3㎏당 5400원에서 지난주 6000원, 이번주 들어선 6500원으로 올랐다.

특히 AI가 더욱 본격화할 경우 닭은 물론 계란과 병아리 시장에까지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산란계의 살처분으로 계란 공급이 크게 줄면서 계란 역시 닭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병아리 값이 뛸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 축산 바이어는 이와 관련, “AI가 한번 발생하면 그 영향이 1년여간 지속된다”며 “닭의 살처분으로 인해 역으로 병아리 시장도 크게 출렁이는 등 AI의 후폭풍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는 이중고를 무한 리플레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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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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